[2002길섶에서]세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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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21 00:00
입력 2002-12-21 00:00
연말이다.‘망년’(忘年)하느라 정신들이 없다.옛날 우리의 세밑은 ‘망년’과는 거리가 멀었다.연간백사(年間百事)를 차분히 기억하며 빚진 것들을갚았다.잊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이었다.물질적 빚이 아니라 마음빚도 세찬(歲饌)이란 음식으로 갚았다.부뚜막도 고치고 외양간도 손질했다.잘못이나 흠을 내년으로 넘기지 않으려는 배려였으리라.

세밑을 보내는 마음들이 달라져간다.세태와 풍속만을 탓할 수는 없을 터.세월을 헛사는 듯한 세상사람들의 후회스러움 때문일 것이다.세상살이의 고달픔이 ‘동심(童心)’을 외면한 지 오래지 않은가.이맘때면 으레 반성이 앞선다.아쉽기도 하고 잊고도 싶겠지만,내일을 위한 거울로 삼아 보자.자신의 뿌리를 튼실히 할 거름이 될 것이다.사람이기에 반성을 하는 것이다.

새해의 꿈과 희망은 세밑의 반성이 만들어준다.올 한해 못이룬 꿈은 미처깨닫지 못해 행하지 못한 내 잘못으로 돌리자.남의 하자보다 내 하자가 훨씬 컸으리라.

세밑이 나를 돌아보라고 연신 손짓하고 있다.깨닫기 위해 반성하는 세밑이됐으면 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2-12-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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