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아동도서/ 버찌가 익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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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13 00:00
입력 2002-12-13 00:00
패스트푸드에 속수무책으로 입맛을 맡긴 요즘 아이들에게 버찌(벚나무의 열매)의 맛을 기억해 달라고 주문하는 건 딱한 일일까.한평생을 우리말 살리기 운동에 바쳐온 아동문학가 이오덕씨는 창작동화 ‘버찌가 익을 무렵’(이태호 그림,효리원 펴냄)에서 잃어버린 그 맛을 훈훈한 감동으로 버무려 되돌려준다.

산골의 아침.작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교장선생님이 잔뜩 무게를 잡고 섰다.

그리고는 벚나무 숲이 망가지니 버찌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훈계한다.선도원까지 동원해 숲을 지켜보지만 버찌열매는 누군가가 또 몰래 따먹는다.대체벚나무가 마술이라도 거는 걸까.

직접 지키겠다며 나선 선도선생님마저 아무도 몰래 버찌를 따먹더니 나중엔교장선생님까지.

옛친구 팔룡이가 생각난 교장선생님은 벚나무 위에 올라가 열매를 한움큼이나 따먹고 만다.

상상해보자.초록이 짙어가는 유월의 숲속.입가가 자줏빛으로 물들도록 몰래 버찌를 따먹는 교장선생님의 동심,교장선생님의 장대에 후두두둑 쏟아져 내리는 동그란 버찌들,“우리 교장선생님이 최고!”라고 손뼉치며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아이들의 환호….

소담한 풍경에 금세 입안 가득 달콤한 침이 괸다.7500원.

황수정기자 sjh@
2002-12-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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