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동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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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2-12 00:00
입력 2002-12-12 00:00
동장군(冬將軍)이 “나 왔노라.”하고 기세를 부리고 있다.매년 이맘때면어김없이 찾아와 이름값을 하는 작자다.어떻게 생겼는지,별이 몇 갠지 알 수 없으나,사람들은 그 앞에서 옷깃을 여미곤 한다.오랜만에 도심 헌 빌딩에서 새끼 고드름과 마주쳤다.반가웠다.“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어쩐다?” 잠시의 동심을 매서운 손돌바람이 샘내기나 하는 듯 흔들어깨뜨린다.

오감이 무뎌진 도시 사람들도 동장군이 가져온 계절의 선물만은 맛보지 않고 넘어 갈 수 없다.그 맛은 ‘춥다.’란 표현을 넘어 ‘아리다.’로 해야 정확할 것 같다.이런 동장군을 용감히 맨 몸으로 떡 버티고 있는 ‘군단’이 대관령 같은 데엔 있다.겨울을 이겨내고 ‘더덕북어’로 거듭나기 위해 덕장에 매달려 있는 명태란 놈들이다.밤낮으로 꽁꽁 얼었다,녹았다를 4개월 동안 반복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동장군의 아린 맛을 수없이 겪고,몸을 만든 뒤에야 식탁에 올라 가는 것이다.사람들도 살아가는 동안 쓴맛,단맛 다본다.모든 맛을 경험해야 사람이 된다는데 단맛만을좇아서야.

이건영 논설위원
2002-12-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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