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 러 헬기 격추 ‘피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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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30 00:00
입력 2002-10-30 00:00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태를 계기로 체첸분쟁이 국제적 현안으로 급부상중이다.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가운데 독일과 유럽연합(EU)은 체첸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28일 체첸 반군의 조건없는 대화 제의를 일축하고 체첸 반군에 대한 강경책을 재확인했다.체첸 반군은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피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체첸 문제,국제이슈 급부상

푸틴 대통령의 인질극 처리를 놓고 국제사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테러조직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의 진압작전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옹호했다.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사건은 체첸 반군들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를 옹호했다.토니블레어 영국 총리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삼갔다.

그러나 독일은 그동안 러시아가 자국의 내부 문제라고 주장해온 체첸분쟁을 다음 달 열리는EU·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담당 집행위원도 “정치적 해결만이 체첸분쟁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며,이번 인질극 사태 이후에도 이같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가세했다.

진압작전에 쓰인 가스의 정체를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체첸에 대한 강공책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며 러시아에 정치적인 해결을 모색할 것을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체첸 반군의 무조건 대화 제의 거부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반군 대통령의 아흐메드 자카예프 특사는 2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막된 세계체첸인대회에서 “아무 전제조건없이 평화협상에 돌입할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촉구한다.”면서 “어떠한 군사적 해결책도 없으며 오직 정치적 해결책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마스하도프 대통령은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모스크바 인질극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푸틴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모스크바 유혈 인질극과 같은 공격을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공보부는 마스하도프의 주장을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고 협상 제의를 재고의 여지도 없이 즉각 거부했다.

한편 인질극 진압 사흘째인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대규모 반군 소탕 작전을 체첸과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체첸 수도 그로즈니 인근에서 러시아군 헬리콥터 1대가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추돼 승무원과 탑승자 등 4명이 사망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에 따라 체첸 주둔 러시아군 사령부는 체첸 수도 그로즈니 근처 마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김균미기자 kmkim@
2002-1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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