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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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26 00:00
입력 2002-09-26 00:00
그러나 16억원의 예산 운용을 문제삼는 것보다,이 시대 13살의 틴에이저 초입생들에게 과연 책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그런 질문이 더 시급해 보인다. 교환권으로 살 수 있는 책들은 간행물윤리위원회 및 문화부의 월별 추천도서를 토대로 전문가들이 선정한 것들로 한정된다.이 선정 도서들을 읽는 재미가 덜한 ‘양서’들로 짐작해 버리는 것은 섣부른 생각일 수 있지만,이 책들은 32만명의 13살 대다수에게 컴퓨터 게임보다는 확실히 재미가 덜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재미가 있으니 공부하라고 하지 못하듯 우리 어른들은 재미나 흥미를 이유로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할 ‘용기’나 ‘확신’이 없다.초등학교 아이라면 모를까,성년을 향한 실질적인 첫 발을 떼는 13살 중1에게 “재미있으니 봐라.”며 책을 건네주거나 사줄 부모는 별로 없을 것이다.재미는 별로지만 교수들이 양서라고 추천하고,입시에 도움이 되는 고전류 리스트에 오른 책들을 사준다.아이가 그런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책들을 독서삼매에 빠져보고 있으면 뺏어버리기 십상이다.
문화부의 청소년 도서교환권은 부모들의 이같은 우격다짐을 ‘선물’이란 당의정을 입혀서 대행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세금 남용을 문제삼은 언론도 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 사업의 무료 서비스와 함께 교환 도서의 양서 제한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하나 이번 5000원 무료 쿠폰을 받고 추천 ‘양서’를 산 32만명의 중1 가운데 양서의 좋은 점을 깨닫고 앞으로 양서를 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도 분명 있을 것이나, 추천 도서들의 재미없음,진정 좋아서가 아니라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읽는다는 양서 독서의 공리주의와 함께 독서의 위선적인 이중성을 체험하고서 책과 더 멀어져 버리는 학생은 없을까. 문화부는 16억원 세금 남용에 관한 비판보다는 도서 선정의 중요함에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2002-09-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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