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신부 전집 - 어리숙한 명탐정 브라운 신부
수정 2002-08-02 00:00
입력 2002-08-02 00:00
그 자신 명탐정 엘러리 퀸의 창조자이자,추리문학 전문지 EQMM(엘러리 퀸스미스터리 매거진)을 장기간 발행해 추리문학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미국작가 엘러리 퀸은 셜록 홈스와 에르퀼 푸아로,그리고 브라운 신부를 3대 탐정으로 선정했다.
홈스와 푸아로는 국내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대탐정이지만 브라운신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그 브라운 신부의 이야기 49편을 모두 담은 ‘브라운 신부 전집’5권이 최근 출간됐다(북하우스,각권 9500원).
1911년 탄생한 브라운 신부는 아마 추리역사상 가장 어리숙해 보이는 탐정일 것이다.
가톨릭신부인 그는 작달막하고 통통한 체형에 검은색 신부복,검은색 모자 차림이며 다 낡은 우산을 들고 다닌다.게다가 행동이 굼뜨고 말이 어눌해 주변사람들에게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에게 기상천외한 사건을 풀어내는 추리력은 어디서 나올까.종교에바탕을 둔 직관과 인간에 대한 이해·사랑이 브라운 신부가 가진 힘이다.
브라운 신부는 첫 등장한 작품 ‘푸른 십자가’에서,범행 의도를 꿰뚫는 데 놀란 범죄자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내 일이 다른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들어주는 거 아닌가?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인간의 악에 대해 모를 수가 있겠나?”라고 되묻는다.
이 매력적인 ‘신부님 탐정’을 창조한 영국인 G.K.체스터튼(1874∼1936)은 미술평론가로 글쓰기를 시작해 시·소설·희곡을 가리지 않는 문인으로,또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조지 버나드 쇼,버트런드 러셀 등과 논쟁을 벌일 정도로 당대 영국 지성계의 대표자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 인물이다.그런 만큼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추리소설사에서도 문학적 향기 짙은 고품격 추리소설로 평가받는다.
셜록 홈스와 아르센 뤼팽의 전집,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집이 서가를 메운 올해 브라운 신부의 전모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추리소설 팬들에게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용원기자 ywyi@
2002-08-02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