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이겨라, 터키도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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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29 00:00
입력 2002-06-29 00:00
오늘 밤 한국이 대구에서 터키와 월드컵 3,4위전을 갖는다.지난 한달 동안 길거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국민들의 가슴에는 결승전까지 내닫지 못한 아쉬움이 아프게 남아 있을 것이다.하지만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이라는 전례없는 위업을 달성했고,‘붉은 응원 물결’은 새로운 모습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인들에게 뚜렷이 각인시켰다.도달하지 못한 마지막 목표는 미래의 몫으로 남기고 세계인들이 보낸 갈채를 함께 향유할 때가 됐다.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확정됐을 당시 스스로에게 다짐했듯이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길거리 응원 후 말끔한 갈무리로 세계의 찬사를 자아낸 것처럼 터키와의 3,4위전은 업그레이드된 한국의 이미지에 마침표를 찍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더구나 상대는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터키다.“형제끼리 친선경기인데….”라는 터키팀 감독의 말을 되풀이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축배의 잔을 들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대를 만났다.이슬람 문화권인 터키인에게는 ‘피를 나눈 형제’란 코란의 가르침이나 마호메트의 예언과 버금가는 무게를 갖는다.터키인들이 브라질과의 경기 때 한국 주심의 판정에 유난히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던 것도,한국의 성원에 ‘한국 상품을 사자.’며 쉽게 달아올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3위냐,4위냐를 다투는 승부에서 의도적인 봐주기나 양보란 있을 수 없다.선수와 감독은 마지막 땀방울까지 쏟아내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다만 응원석에서는 ‘일방적인’치우침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다.서로 아낌없이 격려하고 갈채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다행스럽게도 이같은 조짐은 벌써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오늘 시청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의 길거리에는 태극기와 터키 국기가 붉게 물들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응원전에서는 한국도 이기고 터키도 이기는 ‘이상한’3,4위전이 되는 것이다.세계인들에게 한국·일본 월드컵의 최종 승자는 한국이라는 기억이 남게 되기를 기대한다.
2002-06-2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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