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강·온 내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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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17 00:00
입력 2002-06-17 00:00
특히 9·11 공격으로 ‘테러와의 전쟁’이 선언되면서 부시 행정부의 ‘무게 추’가 군사적 대응에 쏠리자 외교적 노력을 앞세운 실용적 온건파의 노선은 설 땅을 잃고 있다.전시내각을 앞세운 백악관 역시 모든 정책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행정부의 분란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5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중동정책 등과 관련한 백악관의 음해에 실망,11월 이후 사임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국무부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내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동정책= 부시 행정부는 외견상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의 관계에 균형감각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과시한다.미 역대 정권들이 그랬듯이 부시 행정부도 유대인의 정치·경제적 영향권에 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지난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기 앞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회동,아랍권의 견해를 들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언제나 친 이스라엘 성향을 띤다.외교정책의 수장인 파월 장관은 늘 백악관의 뒷전에 있다.그는 중동평화 정착의 유일한 해법이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이라는 아랍권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반대한다고 밝힌 샤론 총리의 편에 섰다.당초 알려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위한 일정을 제시하기보다 갑자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백악관은 브리핑을 통해 샤론 총리의 대(對) 팔레스타인 강경책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간주하고 지지한 반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폄하,아랍권의 반발을 샀다.이스라엘과 아랍권 등의 각료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려던 파월 장관의 노력에 백악관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대테러 전쟁= 강경파들은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거침없이 말한다.폴 윌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존 볼턴 국무부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대표적인 매파들이다.이들은 ‘부시 독트린’의 절대적 지지자들로서 테러세력과 연관됐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에 군사적 행동의 필요성까지 강조한다.북한의 위협에도 단호한 대처를 요구한다.
그러나 파월 장관 등 온건파들은 “적을 늘리는 것은 상책이 못된다.”고 주장한다.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는 동맹국마저 반발하고 있어 자칫 국제적인 대테러연대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이다.외교·정치적 노력에 앞서 군사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그러나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의 ‘악의축’ 발언에 이은 최근 테러세력과 악의 축 국가의 연계성 주장은 온건파의 생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북정책= 온건파들은 대북정책 검증이 불가피하더라도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최상책은 ‘협상’이라고 본다.미사일 개발이나 재래식 무기 등의 위협을 자주 거론,북한을 자극하기보다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당근책 제시가 낫다는 주장이다.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등은 김정일 정권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란이나 이라크와는 분명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클린턴 행정부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으나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유지하는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강경파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을 믿지 않는다.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미사일을 개발하고 수출한 돈으로 재래식 무기를 다시 증강하는 등 위협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따라서 북한과의 대화는 북·미 관계개선이 아니라 북한이 약속을 제대로 지킬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심지어 백악관과 국방부 내부에서는 김정일 정권의 교체 필요성까지 거론,국무부의 반발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내에서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의 위협을 줄이지 않거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할 의사가 없다면 강경한 대응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매파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 때문에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것처럼 파월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은 강하지만 미국의 외교정책을 성안하지 못한다면 장관직을 고수할지 의문이라는 국무부 관리들의 말은 전혀 신빙성이 없는 게 아니다.
mip@
2002-06-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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