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뷰] ‘카오스모시스’의 월드컵
기자
수정 2002-06-17 00:00
입력 2002-06-17 00:00
왜 이토록 많은 이변이 일어날까? 아시아 대륙이라는 지리적 낯섦 때문인가? 아니면 유럽리그가 끝난 지 보름만에 월드컵이 열린 탓에 스타플레이어들이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일까?
물론 이런 변수가 우승후보들의 연쇄 탈락의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그러나 나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그것은 지금 열리고 있는 월드컵의 세계가 예측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주사위 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이제 누구도 경기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외신은 아시아 대륙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이 어떤 결과도 예측불가능한 카오스의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당초 우승후보로 거론되었던 빅 4 중에서 예선을 통과한 나라는 이탈리아에 불과하다.이탈리아 역시 천신만고 끝에 죽음의 터널을 빠져 나왔고,16강에선 붉은 전사 한국을 상대해야 한다.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브라질도 언제 덜미를 잡힐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러나 예측불가능한 카오스의 월드컵은 그 안에 숨겨진 반란의 근거들을 하나씩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그 중 4대 미드필더를 보유한 국가들 중 잉글랜드를 제외한 세 나라가 동반탈락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플레이메이커의 부진은 우연이 아니다.그것은 1인 중심의 영웅축구 시대의 몰락을 의미한다.기술은 부족하지만,함께 협력하고 압박하고 끈끈한 조직력과 체력을 보유한 팀만이 살아 남았다.이른바 혼돈의 월드컵의 ‘필연’을 설명할 새로운 ‘코스모스’의 세계가 탄생한 것이다.혼돈스럽지만,새로운 인과성의 법칙을 만드는 것,그것이 카오스모시스(Chaosmosis)의 세계이다.
카오스모시스의 월드컵의 중심에 바로 한국이 있다.축구변방의 작은 나라,월드컵 1승도 올리지 못한 한국이 개최국의 프리미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축구의 새로운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이변의 연속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70년대 네덜란드의 토털사커의 흐름도 그렇게 생겨났다.그러니 체력과 조직력으로 새로운 축구 시스템을 만드는 한국이 결승전에 진출해 일본을 꺾고 우승한다해도,이상할 게 없다.카오스모시스의 월드컵은 아마도 그러한 기적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이동연 문화평론가
2002-06-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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