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승 숨은공신 22㎜ 잔디?
수정 2002-06-06 00:00
입력 2002-06-06 00:00
한국 대표팀이 4일 폴란드를 상대로 월드컵 첫승을 따낸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그라운드의 잔디 키는 22㎜.지난달 27일부터 대표팀이 마무리 훈련을 해온 경주 구장의 잔디와 키가 똑같다.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훈련 캠프를 경주에 차린 것도 경주 공설운동장의 잔디가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와 똑같은 켄터키블루그라스 품종이라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히딩크는 4일 부산 대첩을 앞두고 경기장측에 가급적 잔디를 짧게 깎고 물을 많이 뿌려줄 것을 요구했다.스피드가 빠른 한국 팀의 특성을 살려 힘의 유럽축구를 구사하는 폴란드를 꺾기 위한 비책이었던 셈이다.
잔디의 키와 수분량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특히 원정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잔디 적응력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 경기장 잔디 규정은 느슨한 편이다.키를 25㎜ 이하로만 규정하고 경기가 열리는 날 뿌리는 물의 양을 양 팀 감독이 결정하도록 돼 있다.그러나 사실상개최국이 FIFA 기준 안에서 잔디를 관리하게 돼 홈 구장의 이점을 살리는 숨은 변수로 꼽힌다.
촉촉히 물을 머금은 잔디는 공의 스피드에 가속 페달 역할을 한다.
마른 잔디에서는 마찰로 인해 공이 덜 튀고 스피드가 빠르지 않다.매일 5∼6㎜씩자라는 잔디에 물을 뿌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따라서 잔디를 둘러싸고 두 팀이 신경전을 벌이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5일 고베월드컵 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차전을 벌인 러시아 선수들은 경기 전 “잔디가 너무 뻣뻣하고 두꺼워 공의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축구 전문가들은 “폴란드 전에 앞서 부산 경기장의 잔디 키를 경주 구장의 22㎜에 맞추고 오후 내내 충분히 물을 뿌려준 것은 개최국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십분 활용한 것”이라고 찬탄했다. 승부사는 잔디 키까지 고려하는 치밀함으로 월드컵 1승을 견인해낸 것이다.
부산 안동환기자 sunstory@
2002-06-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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