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서도 간절한 母情 “기현아 해냈구나”-강릉서 과일가게 설기현 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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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31 00:00
입력 2002-05-31 00:00
“매일 밤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아들의 꿈을 꿉니다.”

한국 축구의 최전방 공격수 설기현(23·안더레흐트) 선수의 어머니 김영자(47)씨는 월드컵 대회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30일 자신이 꾸려가는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내 과일과게에 앉아 있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김씨는 17년 전 강릉 성덕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읜 설 선수를 막노동을 하며 키웠다.강원도 정선 사북탄광의 광부였던 남편은 네아들을 남겨 놓은 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31살의 나이에 홀몸이 된 김씨에게 그때부터 삶은 곧 고난이었다.남편이 숨지기 전 ‘세상이 보란 듯 아들들을 키워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배운 것도 없고 재산도 없는김씨가 일할 수 있는 곳은 막노동판뿐이었다.

기현이 축구 선수가 된 것은 빠른 발을 눈여겨 보았던 초등학교 축구 선생님 덕이었다.남편이 사망한 직후 기숙사에서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선생님의 말만 듣고 맡긴 아들이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을 빛낼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김씨는 “군입 하나라도덜자는 생각에 어린 기현을 기숙사로 보내놓고 한없이 울었다.”면서 “기현은 오히려 ‘커서 꼭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되겠다.’며 우는 엄마를 달래 주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또 “중학교 때 선배들이 때려서 운동을 안하겠다고 기숙사를 뛰쳐 나와 우는 모습을 보고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나중에 기현이 ‘엄마를 호강시켜 주려고 운동을 했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안된다.’는 생각에이를 악물고 돌아갔다고 말해 가슴이 미어지는 듯 했다고털어 놓았다.

휴가 중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아버지 산소를 찾고 훈련으로 바쁜데도 하루에 2∼3번씩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소문난 효자인 설 선수의 뒤에는 애틋한 ‘모정’이 있었다.

‘홀어머니에게 골로 효도하고 싶다.’며 입버릇처럼 말해온 설 선수는 2000년 8월 벨기에 프로팀 계약금으로 어렵게 길러준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했다.강릉에 아파트를장만해 드렸고 그때까지 막노동을 하던 어머니를 위해 시장에 가게도 마련해 드렸다.

어머니 김씨는 다음달 4일 열리는한국팀의 첫 경기에서아들이 얼마나 잘 뛰어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김씨는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스런 아들의 모습과 승전보를하루 빨리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집앞에 있는 ‘삼덕사’에 나가 아들을위해 기도하고 있는 김씨는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다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강릉 조현석기자 hyun68@
2002-05-3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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