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첫 女부국장 김선희씨
수정 2002-05-27 00:00
입력 2002-05-27 00:00
‘보수적’으로 소문난 한국은행의 53년 역사상 최초로여성 부국장(2급)이 탄생했다.25일 단행된 한은 인사를 통해 충북본부 부본부장에서 기획국으로 자리를 옮긴 김선희(金善姬·50) 부국장이 주인공이다.
이 부국장은 1975년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여성 공채 1호’로 입행,조사부·인사부·기금운용부·업무부등에서 실무를 고루 익혔다.경력만 본다면 순탄하게 올라간 듯 하지만 남성 직원들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크고작은 시련도 많이 겪었다.
“한은이 불어전공자를 뽑는다는 소식에 원서를 냈지만그동안 여성이 들어온 적이 없다는 말에 마음을 졸였지요.” 당시 은행 내부에서도 ‘여성은 시집가면 나간다.’,‘점수가 좋으니 뽑아야 한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여성 1호로 어렵게 입행했지만 경제학도가 아니어서 업무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경제학원론 등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상경계 출신의 선배·동기들을 붙잡고 개인 과외도 받았다.생소한 경제용어들을 빠뜨리지 않고 노트에메모했다.
“남자 동기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지만 실무부서로 옮겨가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결국 문서부에서 은행 소식지를 만들면서 6년을 보냈지요.”그러나이 국장은 문서부에서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동료들과 함께 발로 뛰면서 전국 지점 소식을 매월 전했고,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인쇄소에 들러 편집을 했다.결국 직원화합과 정보 공유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문서부에서 ‘탈출’했다.
93년부터 인천지점에서 일하면서 시중은행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는 등 활달함을 발휘했다.이 부국장은 “여성 직원·상사와 일하는 것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남성들과 어울리다보니 주량도 많이 늘어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허다했다.”고 말했다.
27년간 한은에서 일하면서 가족의 고마움을 잊어본 적이없다고 했다.“99년 충북본부로 발령났을 때 딸이 고3이었습니다.딸은 이듬해 재수를 하면서도 ‘제 걱정말고 열심히 일하세요.’라며 용기를 줬지요.”사업을 하는 남편과산업은행 임원 출신인 시아버지도 든든한 후원자라고 자랑했다.
이 부국장은 “해마다 5∼6명씩 뛰어난 여성 후배들이 입행하는 것을 보면 시대가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며“고생스럽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선배보다 빨리,높이 올라가는 후배들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2002-05-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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