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남북관계 ‘재냉각’ 가능성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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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1-17 00:00
입력 2002-01-17 00:00
새해가 밝았지만 남북관계는 다소 우울하다.불과 1년 반 남짓한 시간이 흘렀건만 남북정상회담의 환호성은 점점 사라지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고 있다.부시 행정부 출범부터 시작된 북한 지도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는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변화 몸짓을 멈칫하게 만들었고,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 또한 북한의 체제유지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는 데 나름대로 작용을 했다.

이에 반응하듯 북한은 정상회담 이후 활발하게 진행돼 온장관급회담을 비롯한 당국간 회담에 소극적 자세로 임하거나 지연·정체로까지 나아가고 있다.특히 금년도 신년 공동사설에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다짐하면서도‘주한미군 철수’ 및 ‘국가보안법 철폐’라는 기존의 선전적 구호를 다시금 내보이고 있다.이는 미국이나 남측에 대한 관망 또는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비칠 수도 있다.이러한 것들이 남북관계에 대한 비관과 우려의 목소리에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남북관계가 비관 속에만 잠겨 있다는 평가는 일단 유보할 필요가 있다.냉전체제의시대에 남북관계는 언제나 잠시 맑은 후 긴 먹구름에 뒤덮이는 변화의 양상을 보였다.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공산권의 붕괴와 때를 같이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러한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단절할 계기를 마련했다.특히 현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 추진 이후 이룩한 경제협력 분야 등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은 과거의 양상과는 매우 다른 전환의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무엇보다도 북한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남한과의 경제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한 점이 대북 화해·협력 정책의 커다란 성과였다고할 수 있다.

그러므로 2000년 6월15일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남북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하나의 획기적인 출발점이기에 앞서 탈냉전 이후 남북이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계기를 마련한 냉전의 종착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6·15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공동선언은 과거의 합의와는 달리 직접 서명했기에 꼭 지킨다.”고 강조했고,그후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충돌을 막고 화해·협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리고 2002년 북한의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전쟁위험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다시금 확인하고 있다.따라서 정상회담 이후 과거와는 다른모습으로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덧붙여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정상회담 시기와는 달라진북한의 소극적 자세 때문에 남북관계가 “혹시 과거로 회항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걱정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하지만 남북관계에 있어 한반도의 역사적 맥락이 근본적으로 전환됐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일 때 남북관계에 대한전망은 비로소 균형 잡힌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따라서 답보하고 있는 듯한 북·미 관계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실현되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견실한 한·미 공조체제가 반드시 유지·발전돼야 함은 물론이다.또한 아직까지는 민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남북 사이의 경제협력은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꾸준히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것이다.중요한 것은 남북 모두가 상호 화해와 협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역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남북관계는 결코 과거로 회항하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믿는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과 기대만으론 부족하다.북한이 아무리변화를 통한 개혁을 바라고 있을지라도 자신들의 체제안전을 해치면서까지 화해협력의 무대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다리고 인내하며 북한이 남북화해협력의 무대로 적극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다.남북관계가 다시는 과거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남북 모두가 한마(汗馬)처럼 땀흘리며 계속 달리는 적극적인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전 통일부장관
2002-01-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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