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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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27 00:00
입력 2001-12-27 00:00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1학년 4반에서는 몽당연필 갖기 경쟁이 대단했다.어린이들은 몽당연필을 만들기 위해 살짝 눌러도 부드러운 연필 심이 사르르 나오는 샤프 펜슬 대신 연필을 깎아 썼다.시커먼 연필 심이 손에 묻는 게싫어 심이 부러지지 않도록 글자마다 한자 한자 정성들여썼다.비디오 게임기에 매달리는 어린이들도 열심히 글을 쓰고 부지런히 그림을 그려 몽당연필을 늘렸다.

이 학교 1학년 어린이들의 몽당연필 경쟁은 담임선생님의‘보이지 않는 손’ 때문이었다.선생님은 짧은 연필을 쓰는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하곤 했다.‘몽당연필 친구’를 본 어린이들은 앞다투어 몽당연필 만들기에 뛰어 들었다.공부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지만 어린이들은 숙제를 내달라고 조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정년 퇴임을 2년쯤앞둔 ‘몽당연필’ 선생님은 ‘세상 일’은 모른다고 했다.



함께 공부한 어린이들이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게 유일한 관심거리라고 했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1-12-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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