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교수 타살증언과 역사의 힘
수정 2001-12-12 00:00
입력 2001-12-12 00:00
규명위는 또 수사관들이 최 교수에 대해 잠 안 재우기,무릎 사이에 각목을 끼우고 꿇리기,몽둥이 찜질 등 고문을자행한 사실도 밝혀냈다.뿐만 아니라 최 교수 조사 및 사망과 관련해 중정이 작성한 긴급구속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은 물론,사망진단서와 사체검증조서 등 5건의 서류가 모두 허위라는 사실도 밝혀냈다.중앙정보부가 최 교수의 ‘타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규명위는 중정이 최 교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지 이틀째인 73년 10월18일 최 교수에게 간첩 혐의가 없다고 인정한 사실 등을 들어 ‘최 교수의 죽음은 중정의 공작’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타살’을 밝혀내는 데는 난관이있을 수도 있다.타살 사실을 상관 A씨에게 보고한 B씨가사망한 데다 타살 혐의를 받는 수사관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최 교수가 고문끝에 사망했거나 가사상태에 빠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투신 자살’을 위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항간에 팽배해 있음을 규명위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규명위는 또 중정의 조직적 은폐 혐의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이 문제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당시 중정의수뇌부 이후락(李厚洛)부장과 김치열(金致烈)차장은 규명위의 소환 요구에 ‘치매’등 질병을 이유로 불응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국민들은 이들이 ‘칭병(稱病)’을 하고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의학적 증거’를 제출해야한다.우리가 최 교수 의문사 진상의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나 그 사실의 조직적은폐는 ‘반인륜적 범죄’로 시효와 관계없이 단죄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최 교수 ‘타살 증언’을 접하면서 ‘역사의힘’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한다. 지난날 독재정권 아래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있다.뉘라서 감히 도도하게 전진하는 역사의 힘을 거스를수 있는가.역대 독재정권에 봉사해 왔던 권력기관들은 스스로 거듭나기 바란다.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길은 장준하(張俊河)선생 등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온 ‘의문사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다.
2001-12-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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