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감동의 작은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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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1-14 00:00
입력 2001-11-14 00:00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나는 수집을 하겠다’라고 말하는 노교수 한 분이 계신다.

지금은 대학원강의만 하는 사학과 명예교수로 평생을 옷이라고는 검정 양복 두 벌 뿐이었다.선생은 50년 가까이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수집해 왔다.자신의 6·25 직후교과서부터 오늘자 신문의 광고전단까지.물론 학술적으로중요한 자료들과 예술적 가치가 높은 미술품도 포함되어있다.선생은 박물관을 세워 일반에 공개하려는 소망이 있으나 지금까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갔을 때의 일이다.태평양 연안의 아주 작은 마을을 방문했을 때 혹시나 하고 ‘무슨 박물관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그랬더니 ‘유리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었다.우리 나라로 보자면 박물관이 있을만한 규모의 도시가 아니었는데 의외였다.그 박물관은 결코 큰 규모가 아니었고전시 중인 유물들도 그렇게 많은 수는 아니었다.그러나 짜임새있게 진열되어 있었고 유리 유물들을 본뜬 수많은 공예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박물관은 한 개인이 자신의 수집품으로 만든것이었다.문화 교육의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박물관에 자주 가보는 것이라 하겠다.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일지라도 가까운 곳에 박물관이 있는 것이 좋겠고 또 박물관도 오는 사람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으면 좋겠다.

방문객들이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일 터.감동이 드문 시대에 앞서 간조상들의 유품들로부터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문화인만의 특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개인이나 지방자치 단체가 박물관을 규모있게 만드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선진국에 비해박물관 수가 적고 박물관에 한 번 가는 것이 큰 행사가 되고 있다.서운하게도 서울의 인사동이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의 거리에서 작은 규모일지라도 특색있는 박물관을찾기 어렵다.

아직 정식 박물관을 차릴 처지는 안되나 열정어린 수집물을 보유한 개인들이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후원하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그런 준 박물관이나 준 미술관이 성숙해서 정식 박물관이 되는 것을 보는 것 또한즐거움과 감동을 주리라.

나해철 시인·성형외과원장
2001-11-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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