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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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0-26 00:00
입력 2001-10-26 00:00
가을이 깊어지면서 어둠도 일찍 내린다.퇴근 무렵 멀리까지 보이던 가로수들이 요즘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 너머로 실루엣처럼 우두커니 서 있다.

서울 거리가 계절 변화보다 유난히 어둡게 느껴진다.저녁무렵 광화문 사거리에서 만날 사람을 기다리느라 사람들얼굴을 쳐다보고 있는데 잘 구별되지 않는다.네온사인의밝은 불빛을 배경으로 사람을 봐서 잘 안 보이나 싶어 뒤로 돌아봐도 잘 안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위를 쳐다보니가로등은 한쪽만 켜져 있다.

서울 시내 가로등은 지난해 유가가 폭등하면서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30룩스 이상 가로등의 한쪽을 켜지 않고 있다.가로등의 전기요금은 ^^당 71원 남짓.한해 가로등과 터널조명등 등을 밝히는 데 188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가로등을 ‘애꾸’로 만들어 절약되는 비용은 연간 9억원 내외.

나라 안팎이 온통 물고 뜯는 훤소(喧騷)로 가득하고 서민들의 어깨도 움츠러들기만 하는데 길거리라도 밝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기름값 이야기를 꺼내면 할 말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밝은 거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밝은 인상을 줄 것 같기도 하고.

강석진 논설위원
2001-10-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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