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 虛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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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31 00:00
입력 2001-07-31 00:00
구한말 선승 경허(鏡虛)는 말년에 지은 시를 통해 ‘어느곳에 몸을 감출 것인가(何處可藏身)’를 고심했다.깊은 학식과 높은 경지가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그의 주위에 몰려드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작가 최인호는 “경허는 자신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미 허명만 높아가고 있으며 닭벼슬보다 못한 중벼슬 노릇을 훌훌 털어버리고 몸을 감출 처소를 마음속으로 구하고 있었던 듯 보인다”고 적었다.

한 중견 여가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럴듯하도록 어디한번 속여봐. 알아,모두들 아무리 감춘다 해도”라고 적었다.노래도 못하면서 이름만 난 젊은 립싱크 가수들을 비판한 데 이어 또 다시 그들을 은유적으로 비꼰 것이라고 한다.경허는 유명(有名)의 헛됨을 경계했지만,세속에서는 흔치않은 ‘유명인’을 꿈꾸기 마련이다.그래서 실속없이 허명을 구하는 부질없는 짓도 있는 모양이다.자칫 ‘가짜들이겉멋만 잔뜩 들어 갖고…’라는 비아냥이 나올지 모른다.섣불리 실력에 걸맞지 않은 명성을 헛되이 탐할 일이 아니다. [이상일 논설위원]
2001-07-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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