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장엽 방미’ 문제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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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06 00:00
입력 2001-07-06 00:00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방미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황씨 및 미국 의회 관계자들간의 입장이 각각 달라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정부는 최근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헨리 하이드 위원장과 민간단체 초청장을 가지고 온 보좌관 일행의 황씨 면접을 불허하고 황씨의 방미에대해서도 “한·미 정부 차원의 신변안전 보장 등 사전 검토와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황씨의 방미가 실현되기 위해서 그의 신변안전 문제 등 한·미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이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물론 탈북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해외여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그러나 황씨의 경우는 다르다.그는 북한의 주체사상 정립에 깊이 간여했던 고위간부로정부의 1급 보호대상자다.따라서 그의 미국행이 그동안 정부의 협조를 받아 미 의회에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증언했던다른 탈북자와 같을 수는 없다.만에 하나,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그의 발언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한·미 정부간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황씨를 초청한 미 하원 하이드 국제관계 위원장은 “귀하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귀하의 신변보장을 위해 우리가 미국 정부내 적절한 기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우리 정부가 말한 대로 이 문제는 미국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혹은 연방수사국(FBI) 등 책임있는 행정기관이 우리정부에 신변안전 보장을 약속해야 하는 사안이다.그러기 위해서는 황씨의 방미를 위한 절차와 증언 내용 등에 관해 한국과 미국 정부 차원의 긴밀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정부를 믿고 몸을 의탁한 황씨 개인에 대한 도리이며,망명자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당사국의 의무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황씨는 최근 “‘디펜스 포럼’의 강연에 참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황씨가 어떤 생각으로 미국행을 희망하는지는자세히 알길이 없으나,그를 초청한 공화당 의원들의 대북 강경 노선이나 탈북자 인권문제를 추적해온 ‘디펜스 포럼’의 성향으로 보아 그들이 황씨에게 무슨 말을 듣고싶어 하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이를 알 만한 황씨가 당국과 협의없이 미 의회와 임의로 접촉하면서 방미 증언을 시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대북 화해·협력정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루는데있어 최선의 대안이다.정부는 이같은 확고한 신념 아래 황씨의 신변보장 등이 미 정부에 의해 이뤄진다면 떳떳하게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황씨의 증언 여하에 따라 포용정책의 틀이 결코 흔들릴 수 없기 때문이다.
2001-07-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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