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커뮤니티 엿보기/ 자본주의와‘원숭이 꽃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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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6-19 00:00
입력 2001-06-19 00:00
어느날 꽃신사업을 새롭게 시작한 여우가 찾아와 원숭이에게 선물이라며 꽃신을 건넸습니다.여우가 어서 신어보라는듯한 자랑스런 눈빛으로 지켜봤지요.
원숭이는 꽃신이 예뻐보여서 생전 처음 신발을 신어봤습니다.맨발로 살던 원숭이에게 꽃신이 얼마나 불편했겠어요.나무에 오를 때도 쭉 미끄러졌습니다.
“여우야.선물은 고마운데 답답하고 불편해서 못 신겠다.그리고 이런 신발을 사 신을 형편도 못돼 ”하며 돌려줬지요.
그러자 여우는 갑자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쏘아붙였어요.
“네가 친구의 성의를 무시해도 유만부동하지,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당황한 원숭이는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고는 자신의 생각이 깊지 못했음을 반성했습니다.그리고 꽃신을 잘 신겠다고 말했습니다.
꽃신은 굳은살이 바닥에 박힌 원숭이 발에는 잘 맞질 않았어요.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하루가 가고,일주일이 가고,한달이 가고,1년이 가고….꽃신이 떨어질 무렵이 되면어김없이 여우는 새 꽃신을 선물했습니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라 어느덧 원숭이는 여우가 꽃신을 가져오는 날을 기다리게 됐죠.때가 됐는데도 여우에게 아무런 기별이 없었습니다.꽃신은 헌신이 됐는데 말이죠.기다리다 못한 원숭이는 밑창이 다 떨어진 꽃신을 끌고 여우네 집으로 갔습니다.마침 여우는 집에 있었어요.
“여우야,꽃신이 다 떨어졌어” 당장 꽃신을 들고 나와야할 여우가,눈동자를 하얗게 뜨고는 “넌 염치도 없니? 언제까지 선물을 해야하지? 필요하면네가 사 신어야 하지 않겠어!”원숭이는 부끄럽기도 하고,어이도 없어 아무말도 못하고 되짚어 돌아 왔습니다.꽃신을 질질 끌면서 말이죠.분한 마음이 들어 “에잇,치사해서 안 신는다” 혼잣말을 했습니다.
예전처럼 맨발로 땅바닥을 짚어보던 원숭이,따가워서 ‘으악’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굳은살로 바위처럼 단단했던발바닥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졌으니까요.한걸음도 내딛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원숭이는 울면서,없는 주머니를 털어서 꽃신을 사서 신게 됐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그리고 원숭이는 더욱 가난해지고,여우는 더욱 부자가 됐다는군요.
저는 가끔 자본주의적 소비행태에 대해 생각해볼 때나 익숙해진 것과 결별하게 될 때 ‘원숭이 꽃신’이 생각납니다.
바보같은 원숭이와 교활한 여우가 말이죠.여러분은 어느쪽에 서 있습니까?[문 소 영 경제팀 기자] 전문 kdaily.com
2001-06-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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