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은 민사재판 개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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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3-03 00:00
입력 2001-03-03 00:00
1일 대법원이 제시한 ‘민사사건 관리모델’은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더욱이 민사소송의 효율적 관리가 국민생활과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이른바 ‘집중심리제’의 도입을 통한 재판 능률화의 의미는 실로 크다 할 수 있다.

사실 우리의 민사재판 진행관행은 너무나 전근대적이었다.

재판을 질질 끄는 관행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요지부동이었다.우리의 모델국이었던 일본이나 독일은 시대변화에 맞게몇 차례나 바꿨는데도 우리는 줄기차게 기존의 ‘전통’을고집했다.첫 재판까지 1∼6개월이나 걸리고,재판기일에 나온소송 당사자는 몇 시간씩 기다리다 정작 법정에선 형식적으로 소장과 답변서만 내는게 고작이고,그나마 증인이 나오지않으면 허탕치고 돌아가는게 그동안의 모습이었다.이렇다 보니 합의심 1건당 평균 재판은 13차례나 되고 재판 소요기간도 17개월이나 됐다.3년이 지나도록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는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사자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오죽하면 “법원은 기다리라고 해서 사람 잡는다”는 유행어가법조 주변에 나돌았을까. 보수성이 강한 법조계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소송 당사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도외시해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새 모델이 시행되면 빠르면 6주에서 늦어도 6개월 정도면재판이 끝난다고 한다.앞으로 가사·행정사건에까지 이 모델을 원용할 것이라고 하니,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는 것은당연하다.

그러나 대법원의 의지만으로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킬 수는없을 것이다.



원 ·피고와 변호인이 새 모델의 취지를 잘 알고 재판부의재판 전 서면자료 요구에 적극 협조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재판부가 서류로 쟁점을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있도록 하기 위해선 인터넷을 활용한 서류교환 등의 체계도갖추어야 한다.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해서는 감정이나 사실조회를 맡고 있는 국가나 공공기관의 협조도 필수적이라 할것이다.

일선 재판부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2회 재판에 따른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도당연히 강구돼야 한다.2회라는 제한에묶여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변론이나 소명기회를 주지 못하거나,재판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는데도이를 반영하기 어려워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델이 시행되면 법관과 법원 직원의 업무도 훨씬 가중될 것으로보인다.인력충원도 당연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01-03-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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