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의지 밝힌 검찰/ ‘血稅 횡령’간주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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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1-09 00:00
입력 2001-01-09 00:00
‘안기부 예산 구여권 유입 사건’과 관련,수사에 난항을 겪던 검찰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박순용 검찰총장은 8일 오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민의 혈세인 국가 예산을 불법 횡령한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하고 “정치 공방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치자금이나 통치자금,예산 전용이라고 얘기하는것은 맥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도 했다.

박총장이 이 사건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나 예산 전용 사건이 아닌 ‘혈세 횡령 사건’으로 규정한 것은 강력한 수사 의지 표명으로해석된다.공소시효가 지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는 사법처리가 어렵지만 횡령이라면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로 얼마든지 형사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총장은 특히 96년 당시 신한국당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강삼재의원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그는 “96년 총선 때 신한국당으로 들어간 940억원이 모두 강의원이 관리하는 차명계좌를 통해분배된 만큼 강의원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사상 이유를 들어 공식 브리핑을 자제하던 검찰이 총장까지 직접 나서 강경 수사 입장을 밝힌 것은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 의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풀이된다.

한나라당과 강의원은 그동안 “이번 사건은 정치공작”이라고 몰아붙였고,구속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도 “모두 내 책임”이라며‘윗선’의 개입을 부인했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강의원 소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정면 돌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상을 파악했다는 자신감도 작용한것으로 분석된다.한나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도 ‘강의원이 940억원전체를 자신의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했다’는 혐의사실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신한국당과 안기부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선거자금과당 운영자금 명목으로 사용된 700억여원을 제외한 나머지 450억여원의 구체적인 사용처와 결재 경로도 확인,강의원을 압박하는 ‘우회전술’도 병행하고있다.



이같은 검찰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강의원을 비롯한 구여권 인사들이소환에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그러나 수사 명분을 내세우며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검찰도 ‘숨겨놓은 카드’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
2001-01-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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