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과 수익성 비교로 본 합병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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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2-18 00:00
입력 2000-12-18 00:00
국내은행의 생산성은 같은 조건으로 국내시장에 들어와 영업을 하는 외국은행 지점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국내은행들의 낙후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내은행은 ‘구멍가게’ 수준=지난 6월말 현재 경영실적 관련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할때 국내은행이 구멍가게라면 외국은행은 대형슈퍼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은행원 1인당 총자산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대형 우량은행으로 통하는 국민·주택·신한은행과 국내에 진출한 씨티·홍콩상하이은행을 비교해보자.국내 우량은행들이 64억8,000만원(주택)∼109억원(신한)으로,씨티은행의 146억8,000만원과,홍콩상하이은행의 138억5,000만원에 비해 43∼78%에 불과하다.
은행원 한사람이 굴리는 돈의 규모가 작은 데다 경영기법도 떨어지기 때문에 벌어들이는 이익은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은행원1인당 당기순이익은 국민이 2,000만원,주택 4,200만원,신한 5,100만원으로 씨티(1억300만원),홍콩상하이(1억100만원)에 비해 19∼50%밖에 되지 않는다.최고 5배까지 차이가 난다.
경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대비 순이익률도 국민이 0.16%,주택 1.02%,신한 0.30%인 반면 씨티와 홍콩상하이는 1.84%,0.89%로 훨씬 높았다.
국내 우량은행들이 1만원의 자산을 운용해 연간 16∼102원의 이익을남기는 데 비해 외은지점들은 89∼184원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최고 11배의 격차가 벌어진다.반도체·조선부문 생산 세계 1위,자동차5위 등 세계 정상급의 실물 경제력에 비해 국내 금융부문은 세계 40∼50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려면=우량은행간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편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지적되고 있다.현재의 경영상태가 우량하다 해서 합병 등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외국은행들에게 국내시장을 빼앗겨 불량은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김대식(金大植) 한양대교수는 “덴마크의 경우,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6%이하로 떨어지면 곧바로 영업정지시키고 있어 은행들 스스로 자율적 합병을 한다”면서 “우리도 원칙대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어떻게 했나=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금융지주회사방식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국제적인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미국의 뱅커스트러스트가 합병해 세계 최고수준의 은행으로 변신한 것은 우리 은행들에도 좋은 본보기이다.우리보다 영토가 좁고 경제규모가 작은 스위스,네덜란드도 2∼3개의 세계 초일류은행을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말 현재 스위스의 UBS은행은 세계8위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은행 구조조정' 전문가 조언금융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비해 은행수가 많은 ‘오버 뱅킹’의 비 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우량은행이라 고 해서 합병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가는 은행산업의 재편과정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그러나 우량은행의 합병에는 정부가 관여 해서는 안되며,연말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서둘러 추진하는방식은 문 제가 많다고 꼬집었다.합병으로 예상되는 실직자의 생계 및 재취업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우량은행도 합병 필요하다=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申厚植)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은행 대형화는 세계적인 추세”라 면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도 합병을 통해 자기 약점을 보완할 필요 가 있다”고 말했다.신연구원은 “국민과 주택이 선진금융기법이나 자산운용 노하우가 많아 우량은행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 요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은행팀장은 “금융산업의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입장에서 합병을 통한 대형은행의 출현은 불가피하다”면서 “ 전자금융시대로 바뀌면서 우량은행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구조조 정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하성근(河成根)교수는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같은 소매 금융분야로 시너지효과는 다소 제한되지만,확실한 리딩뱅크가 하나 나온다는 점에서 합병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우량은행 합병 관여말아야=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劉容周)수 석연구원은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우량은행의 합병에 대해 정 부가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일축했다.유연구원은 “그보다는 이전 의 합병사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철저한 원칙을 세우고,효율성을 최 대화 할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연팀장도 “정부가 우량은행에 대해서는 합병을 유도할 수 있지 만,강요할 입장은 못된다”고 단언했다.그는 “정부가 금융구조조정 을 시간에 얽매여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오히려 기업쪽의 구조조정 강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직은행원 대책 서둘러라=상명대 경상행정학부 정지만(鄭智晩)교 수는 “합병하면 실직이 따르기 때문에 퇴출자의 생계대책 등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논의는 간과한 채 무조건 은행원더러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합병 에 필수적으로 따르기 마련인 대량감원을 ‘없다’는 말로 호도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한다는 주장이다.정교수는 “정부가 단기간에 결실을 보려고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 되며,감독시스템을 갖추고 은행들이 합병을 받아들이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시스템 개선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용주연구원도 “조직통합이 합병성공을 가늠하는 핵심관건 중 하나 인 만큼 합병은 대주주뿐 아니라 노조도 한축이 돼 논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
2000-12-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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