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핵심 11명 만나서 어떤 얘기 오갔나
기자
수정 2000-12-12 00:00
입력 200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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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이날 밤 8시30분 서대문 모 음식점에 모여 “우리는 군사정권 하에서 고문을 당하면서도 뭉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따랐다”면서 “동교동이 갈라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합을 강조했다.이들은 포도주를 한 잔씩 돌려 마시면서 TV로 생중계되는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지켜봤다.한 참석자는 “눈물을흘리고 목이 메는 감격스런 장면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1시간쯤 지나 배기선 의원이 운을 뗐다.배기선 의원은 “최고위원선거 때부터 최근까지 동교동계 갈등만 언론에 보도됐다.춥고 어렵고힘들 때도 우리는 하나였는데 요즘처럼 분열되어서야 되겠느냐”며자성의 목소리를 냈다.배기선 의원의 말에 이어 참석자들의 발언이잇따랐다.
정동채 의원은 “대통령은 앞으로도 큰 일을 하실 분인데 우리가 뭉쳐 최선을 다해 모시자”고 말했다.이어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의측근인 설훈 의원이 “그 동안 권노갑 최고위원을 동교동계 장형(長兄)으로만 생각했지 한 번도 권 최고위원에게 도움을 드린 적이 없다”면서 “오늘 이후로 권 최고위원의 참모 역할을 맡겠다”고 말하자분위기가 정점에 달했다.
◆그 뒤 윤철상·전갑길(全甲吉)·최재승(崔在昇)·문희상(文喜相)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일부 참석자는 “향후 당정개편 때 동교동계가 요직을 맡아서는 안된다”면서 “거취는 대통령의 결단에 맡기자”고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을 제기했다.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은 “오늘은 동교동 입문 이래 제일 기분좋은 날이다.정말 감격스럽다.다시 모여 동교동 가족으로서의 정을확인하자”며 건배를 제의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권 최고위원은 “초심으로 돌아가 잘 해야 한다”며 동교동의 단합을 강조하자,한 최고위원이 “김 대통령의 뜻을받들어 최선을 다하자”며화답했다.정동채 의원은 “오늘은 정말 맘껏 한 잔 하자”며 술잔을 돌렸다.
◆밤 11시쯤이 되자 한 최고위원이 가슴 속에 쌓인 ‘앙금’을 털어놓았다.그는 권 최고위원에게 “형님,최고위원선거 때 나는 도와주지않고 다른 사람만 도와줬지”라면서 “무슨 일만 터지면 나를 지목하고 배후설을 제기하는데 정말 억울하면서도 섭섭했다” 며 목소리를높였다.
이에 대해 권 최고위원은 “전국정당의 전체 모양새를 생각하니까못 도와줬다.자네(한 최고위원)가 너무 앞서가서는 안되니까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이어 “내가 감옥에서 나왔을 때 한 위원이제일 먼저 찾아 왔지.귀국하지도 못하고 일본을 돌아다닐 때 청와대비서관들이 일제히 내가 돌아오는 것을 반대했지만,한 최고위원만이귀국을 건의했다가 대통령께 핀잔을 들은 것도 나중에 다 들었어”라며 한 최고위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권 최고위원은 또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할 테니 나를 불러 좋은 얘기를 자주 해줘라.그동안 동교동계 사람들 간의 관계가 소원해 외로웠다”고 흉금을 털어놓았다.
권·한 최고위원과 김 총장등 3명은 김 대통령이 오는 14일 귀국하면 면담을 요청,이날 모임에서 제기된 의견을 개진하기로 뜻을 모았다.이들은 밤 12시쯤 일어서서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합창하며 동교동계의 단결을 결의했다.
이종락기자 jrlee@
2000-12-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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