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매각협상 “입 따로 몸 따로”
기자
수정 2000-10-10 00:00
입력 2000-10-10 00:00
협상내용을 섣불리 공개하는 것은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과 협상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정부당국은협상의 뒷전에 물러서 말을 아끼고 협상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GM의 대우자동차 인수의향 공개경위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7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GM으로부터 대우차를 일괄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협상내용은 산업은행과 GM이 9일 오전9시에 동시에 공개하기로 약속했던 것.
이에 따라 관련당국은 발칵 뒤집혔다.엄낙용(嚴洛鎔) 산은 총재는 8일 믿겨지지 않는듯 “(금감위원장이)그랬을 리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청와대·재경부는 “아직 수면하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사안”이라며 섣부른 공개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금감위는 “산은이 공식발표한다”며발을 뺐지만 산은이 협상 전권을 쥐고 발표도 맡는다는 정부당국의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이용근(李容根)전금감위원장도 지난7월포드의 입찰가격(7억7,000만달러)을 공개해 매각협상이 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정부의 협상력 키워야 대우차 매각과정은 대외협상의 기본조차 모르는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제관료들의 협상을 주변에서 많이 봐왔던 한 중진외교관은 “경제관료들은 협상의 기본전략도 없고 훈련이 돼있지 않다”고 말했다.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서로 주고 받는 비공개협상을 공개해버리면 협상자체가 깨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 외교관은 “국제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며 “경제관료들은 협상론을 공부해야 한다”고지적했다.
연세대 하성근(河成根)교수는 “경제관료들이 실적에 급급해 초조한마음에서 협상내용을 공개하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차분히 기다리는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강문수(姜文秀)선임연구위원은“협상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관료들은 뒷선으로 물러날 필요가 있다”며 “정부 관료들의 역할은 의견조율하는데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안미현기자 jhpark@
2000-10-10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