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속 이탈리아로 여행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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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8-08 00:00
입력 2000-08-08 00:00
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다나카 치세코 지음·정선이 옮김·예담 펴냄)은 이러한 이탈리아 각 도시의 문화와 예술을 영화라는 창을 통해 소개,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새롭고 다양한 시각에서 이탈리아를 보게 한다.영화평론가인 저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피렌체,‘물의 도시’ 베네치아,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나폴리,고대 유적의 보고 로마 등 매력적인도시들의 모습을 영화 속 명장면들과 겹쳐 보여준다.
영화와 함께 하는 이탈리아 문화산책의 출발지는 피렌체다.‘꽃의 도시’피렌체는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의 주도.조토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 등이 대표적인 피렌체의 천재예술가들이다.문학쪽에서는 단테가 이곳 태생이다.그 피렌체로 영국의 한 숙녀가 찾아 온다.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전망 좋은 방’(1986)의 루시(헬레나 본 카터).그녀의 눈앞에 피렌체는 우아한 모습을 드러낸다.그러나 아르노 강 근처의 펜셔네(여행자용 하숙)에 도착한 루시는 창밖 풍경을 보고 실망한다.그 방에서는 거리도 두오모 성당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결국 친절한 영국인 부자가 전망 좋은 자신들의 방을 내주면서 영화는 궤도에 오른다.
민중적이고 반체제적인 성향을 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여름의폭풍’(1954)을 이해하기 위해선 베네치아를 봐야 한다.때는 오스트리아 지배하의 이탈리아가 통일운동을 벌이던 1886년,장소는 베네치아의 페니체 극장.‘토레바토레’의 3막 마지막 장면,천장에서는 적·백·녹의 삼색 유인물이 쏟아져 내린다.‘비바,이탈리아!’.그 틈바구니에서 백작부인 리비아와오스트리아 장교 마라가 사랑에 빠진다.영화의 무대인 200년 전통의 그 페니체 극장이 1996년 소실돼 외벽만 남았다.방화설이 나돌았지만베네치아에서는 원인규명보다 재건에 먼저 힘을 쏟았다.성숙한 문화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어제·오늘·내일’(1963)의 여주인공 아델리나는 찰가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정 깊은 나폴리 여자다.유머와 위트 넘치는 나폴리인은 칸초네로 인생을 노래한다.인생은 한바탕 축제.
그 왁자한 웃음소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마리오 마르토네 감독의 영화‘나폴리 수학자의 죽음’(1992)에서 ‘우울한’ 나폴리를 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나폴리의 수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레나트 카초포리의 자살을 다룬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절망은 실체가 없다.저자는 아마 나폴리의 무거운 공기와 나른함이 ‘자랑스런’ 절망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말한다.나폴리는 때로 한겨울의 파리보다 더 진한 우수를 안겨준다.
이탈리아 문화산책의 영사막은 끝으로 로마를 비춘다.독일의 문호 괴테는“로마에서 비로소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했다.어디 괴테뿐이랴.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은 독일군 점령하의 로마를 무대로 네오리얼리즘 영화 ‘무방비 도시’(1945)를 만들어 ‘영화의 아버지’로 자리매김됐다.이밖에 로마를 무대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로마거리를 걸으면어느새 ‘달콤한 인생’(1960)의 트레비 분수 앞에 당도하고,지하철을 타고가다 내리면 그곳이 바로 ‘로마의 휴일’(1953)에서 본 스페인 광장이다.이탈리아 걸작영화의 본산 치네치타 촬영소도 로마 근교에 있다.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이탈리아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김종면기자 jmkim@
2000-08-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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