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백악관 老여기자의 퇴장
기자
수정 2000-05-19 00:00
입력 2000-05-19 00:00
존 F.케네디 대통령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8명의 대통령을 가까이서 취재한 토머스는 국무부나 국방부 등 한 출입처를 십수년씩 출입하는 전문기자들이 많은 미국에서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대학을 갓 나와 워싱턴의 한 신문사 사환으로 시작해 1943년 UPI에 입사한그는 57년간 취재현장을 지켰다.60년 여기자로는 드물게 백악관 담당기자로발령은 받았지만 맡겨진 일은 재클린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 부인과 가족을전담,딱딱한 정치기사 일색인 정치면에 ‘나긋나긋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으레 여기자에게 떨어지는 이런 유의 취재지시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통령 관련 기사를 발굴,취재 영역을 넓혀나갔다.결국 80년대 들어 AP와 로이터 등 경쟁사에 밀려 입지가 약해진 UPI에서 그는 없어서는 안될 ‘보물’이 되었다.
남다른 부지런함과 날카로운 직관,사실보도에 충실했던 기자로서의 자세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57년 동안 기자로서 보낸 시간의 무게와 최고참 백악관 출입기자라는 이미지에 가려 그의 기자로서의 자질과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권력의 최중심인 백악관에서 반세기를 보내면서도 단 한번도 ‘한눈’을 팔지않고 영예롭게 팔순을 맞는 노기자.정권이 바뀌면 대통령과 출신지역이 같거나 대통령이 속한 당을 출입해 ‘인연’이 닿는 기자들이 새로 청와대 출입기자가 돼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버린 우리 언론계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인력 운영과 취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그럴듯한 명분에 취재의 연속성과객관성,전문성이 압도당하는 우리 현실에서 언제쯤 헬렌 토머스와 같은 대기자의 ‘아름다운’ 퇴진을 볼 수 있을지 자문해본다.
김균미 국제팀 기자 kmkim@
2000-05-19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