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공직 ‘부익부 빈익빈’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0-05-09 00:00
입력 2000-05-09 00:00
잘 나가는 공무원들의 ‘탈(脫) 관료선언’이 이어지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 후 특히 젊은 관료들이 자의(自意)로 공직을 떠나고 있다.최근에는벤처바람까지 불어 공직이탈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공무원들의 민간행은 뉴스가 아닐 정도지만 출신부처에 따라 사정은 다르다.

공직 이탈선언은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금융감독위원회 등극히 일부 부처 출신으로 제한돼 있다.금융과 벤처쪽의 수요가 공직자를 ‘유혹’하는 셈이다.

엘리트 집단이라는 재경부 출신들의 이탈에는 가속도가 붙는 것 같다.IMF직후 주우식(朱尤湜) 전 법무담당관이 삼성전자 이사로 옮긴 것을 시작으로이탈이 본격화되고 있다.이형승(李炯昇) 서기관은 삼성증권 부장으로,박종호(朴鍾昊) 서기관은 LG전자 부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지난주 우병익(禹炳翊) 전 은행제도과장은 구조조정전문회사(CRV) 사장으로 가려고 옷을 벗었다.

산업자원부의 구본룡(具本龍) 전 무역조사실장은 인터넷 벤처기업 ‘온앤오프’를 창업해 사장이 됐다.행시 29회 수석인 이창양(李昌洋) 전 산업정책과장은 KAIST 교수로 변신했다.이 전 과장은 정덕구(鄭德龜) 전 장관시절 때핵심과장으로 발탁됐지만 미련없이 공직을 떠났다.

정보통신 분야의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의 공종렬(孔宗烈) 전 국제협력관은인터넷 비즈니스와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려 직접 운영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강문석(姜雯錫) 전 지식정보과장은 삼보컴퓨터가 중국 관련 인터넷사업을 하려고 설립하는 현지법인 사장으로 변신했다.금감위 출신중에는 지난해말 김범석(金範錫) 전 은행팀장이 인터넷 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 사장으로 변신했다.올초에는 정준호(鄭俊浩) 서기관이 대일톰슨뱅크워치 신용평가정보로 자리를 옮겼다.

몇몇 부처 출신의 민간행만 이뤄지다 보니 같은 경제부처라도 공정거래위원회나 기획예산처 직원들에게 탈관료선언은 ‘그림의 떡’이다.행정자치부 등비경제부처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부처의 공무원들은 민간행열차를 타고 싶어도 쉽지 않은 셈이다.SK그룹은 서기관이나 부이사관급을 상무급으로 영입하기 위해 헤드헌터에 의뢰해놓았지만 주된 대상은 재경부나금감위 출신 등으로 자격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예산처의 한 과장은 “민간기업쪽으로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보건복지부의 한 직원은 “민간행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다”며 “하지만 공직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곽태헌 박록삼기자 tiger@
2000-05-0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