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독수리 오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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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4-04 00:00
입력 2000-04-04 00:00
가끔 농담으로 주고받는 말이 있다.이 지구가 항상 안전한 이유가 뭔지 아느냐는 질문.이에 대한 답은,어디에선가 독수리 오형제가 필사적으로 지구를돌보고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농담이긴 하지만 그 말을 할 때마다 우리 주변에 숨어서 무엇인가를 지키고 있는 ‘지킴이’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한 선배 언니가 모임을 하나 하고 있는데 나보고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가보았다.그들은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모임에 빈자리가 좀 있는 것을 보니, 필요성은 모두들 절감하지만 앞에 나서서 그 일들을 수행하고 책임지기에는 다른 바쁜 일들이 더 많다고 느끼는 우리들의속마음을 보는 듯했다.

반면 이 모임에서 나는 충남 당산에 있는 메주 생산지라든가 정읍에 있는 산딸기 생산지,원주 호저에 있는 고구마 산지와의 직거래,자체 내에서 무공해미숫가루나 인절미,떡볶이 떡을 개발하는 등 많은 일들에 서로가 몸을 돌보지 않으며 일해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우리 일상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말은 많지만 실제로 이렇게 구체적인 일들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고 비닐봉지를 재활용하고폐유 모으기, 합성세제 안쓰기 정도의 일만 하면서 할 일 다했다고 손을 털고 있지는 않을까.

요즘은 내가 하고 있는 연극계도 이런 ‘지킴이’들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연극을 진정 사랑한다면 연극 안에서 오롯이 버티고,지키고,사랑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생각을 더 키우면 모두가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자기 일만 똑바로 해주기만 하면 우리에게 IMF나 정계의 혼란이나 그외의 불명예스러운 일들이 웬말일까에 닿을 것이다.우리의 ‘독수리 오형제’는 지구를 지키면서 모습을드러내거나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는 적은 결코 한번도 없다.그들은 진정 말없는 지구의 ‘지킴이’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밤마다 단잠을 잔다.

송미숙 희곡작가 연출가
2000-04-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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