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에세이] 열린마음으로/ 먼저 양보하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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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3-07 00:00
입력 2000-03-07 00:00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아주 평범한 말이지만 각박하고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꼬불꼬불하고 도로폭이 좁아 사고 위험이 항상 따랐다.그런데 도로여건이 좋아진 지금,간선도로나 고속도로 같은 잘 정비된 도로에서 오히려 사고가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이는 자동차의 증가 속도에 비해 운전자의 양보하는 미덕과 마음가짐의 속도가 크게 미치지 못한 탓이다.

운전을 하다보면 수 없이 차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특히 교통이 혼잡한거리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에는 상대방의 양보를 받거나 양보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양보를 받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의사표시를 하여 양보를 받는사회다.

우리나라의 도로에서는 보통 끼어들기를 할 경우 손을 들어 끼어든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끼어든 다음에는 손을 들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래도 아무런 의사표시 없이 끼어드는 것보다 예의를 상당히 차린것으로 봐준다.

자동차 문화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시애틀에서 1년간 연수를한 적이 있다.그곳에서는 주로 양보를 할 사람이 먼저 손을 들어 양보표시를하면 양보받는 사람은 마음 편하게 끼어들면 된다.양보하는 사람이 친절과아량을 먼저 베푸는 사회다.거리의 많은 양보표시 간판에서도 볼 수 있듯이이들은 양보가 생활화되고 문화로 정착돼 있다.

우리는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너무 바쁘게 살아온 나머지 사회적 문화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남을 위하는 일들에 너무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우리 사회 도처에서 양보하는 습관보다는‘양보받기’가몸에 배어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본다.조그마한 친절과 성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없이 큰 희망과 용기가 되고 훈훈한 인간미의 바탕이 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우리도 세계화시대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그리고안전과 질서가 새로운 교통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그래서 기성세대의 운전습관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우리 2세들에게는 요람에서부터 몸에 배도록 말이다.우리도 이제는‘양보받는 사회’가 아닌‘양보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하겠다.

李恒圭 해양부장관
2000-03-07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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