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 교묘한 脫稅
기자
수정 2000-03-03 00:00
입력 2000-03-03 00:00
변호사들은 사건을 수임하면 지방 변호사협회에서 발행하는 ‘변호사회 경유 증표’를 부착한 ‘변호인 선임신고서’를 법원에 내야 한다.그러나 일부변호사들은 변협과 법원의 허술한 절차를 이용, 경유증표를 붙이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고 있다.
2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매일 접수하는 변호인 선임신고서 가운데 20∼30%가경유 증표를 부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들은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경유증표를 붙이겠다”며 접수하지만 막상 영장이 기각돼 피의자가 풀려나면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또 영장이 발부되면 피의자에게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라”며 경유 증표를 붙이지 않고 슬그머니 빠진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등 변협이 쉬는 날에는 “경유증표를 팔지 않는다”며 선임신고서를 그냥 접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사·가사소송 또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사로 선임될 때에도 경유증표 부착에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이용,탈세를 일삼고 있다.일부 변호사들은 매년 5월 세무신고 때 경유증표를 붙이지 않아 수임장부에서 빠진 사건 수에따라 사무장들에게 추가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탈세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소송은 10∼20%씩 급증하는데도 통계적으로는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건수가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서울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변호사들의 민·형사소송 등 본안 사건 수임건수는 경유증표를 기준으로 11만1,643건으로 98년의 11만4,499건 보다 2,856건줄었다.
서울변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유증표 부착은 회칙으로 규정돼 있고 위반사실이 적발되면 해당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법원에서도경유증표가 없으면 접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지법의 한 관계자는 “서울변협으로부터 경유증표가 없는 선임신고서 접수와 관련한 공식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경유증표를 부착하지 않았다고 해서 접수를 거부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관계자는 “변호사의 경우 해마다 스스로 신고하는 총매출액과 순수익을 기준으로 과세하고,탈세에 대한 제보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있을 때만 탈세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 거래나 법인과의 거래 등은노출이 되지만 수임료 등은 개인적인 거래가 많은데다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돼 탈세자를 색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
2000-03-03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