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유연성과 脫관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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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2-23 00:00
입력 2000-02-23 00:00
최근에 정부도 연성(軟性)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면서 공직사회의 ‘유연성(flexibility)’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국민들의 유연성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는 높지 않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1999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들이 새로운도전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유연한가”라는 조사에서 한국은 47개국 중에서38위로 평가되었다.아울러 관료제와 경제발전에 관한 평가에서는 한국이 40위를 기록하고 있어 유연성 제고 등을 통한 탈관료제화가 절실함을 보여주고 있다.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관료제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 첫째,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민간분야와 공공분야라는 장벽이 매우 견고하였다.과거의 역사 속에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계급의식은 아마도 지배계층이 상인들의 세력확장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지위를 의도적으로 배척한탓인지도 모른다.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가고시와 기업 입사시험의 진입로가 너무나도판이하게 구축돼왔다.

그래서 어느 한쪽을 준비하다가 중간에 다른 쪽으로 되돌아가기가 매우 어려웠다.특히 고등고시와 기업입사를 위한 시험준비과정에 공통분모가 극히적었다.앞으로는 고시에도 국내외에서 널리 통용되는 어학시험이나 능력시험 등을 도입하여 공·사 영역간의 시험장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로 민·관 간의 인력교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최근에 도입한 개방형 임용제도를 빨리 정착시켜 민간의 우수한 인재들이 정부와 공기업 등에보다 용이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동시에 정부와 공기업쪽에서도 민간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쌍방향 교류가 될 수 있다.물론 이럴 경우에 부작용 예방을 위한 장치도 필요하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기울어짐이 없이 쌍방향으로 인력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노동시장 구축이 시급하다.그러므로 쌍방향 인력교류 활성화를 위한 법률제정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보수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공직사회에 경쟁과 개방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모두 수긍하면서도 보수제도 개선을 뒤로 미룬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특히 정부가 원하건 원치 않건 해를 거듭할수록 공무원단체의 활동은 점차 확장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보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특히 성과측정과 목표관리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보수제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또한 인력을 정원규제로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인건비 예산총액으로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방침도 개선하여 앞으로는 인건비 예산총액제로 관리하여 각 부처에게 인력관리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공무원의 임용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최근에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시간제 공무원제도 외에도 인턴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외국정부에서는 인턴제도를 도입하여 1∼2년간 그들의 능력을 행정현장에서 평가한후 정식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상대적으로 고급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시범적으로 적용해볼 필요가 크다.

그리고 각 부처의 인사위원회 등에 외부의 민간전문가 참여를 확대해야 할것이다.지방자치단체 등의 인사위원회에는 민간전문가들이 이미 참여하고 있다.그런데 중앙정부 부처의 일부 인사위원회에는 아직도 민간전문가가 전혀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개혁을 할 경우에는 외부전문가의 참여는 필수적이다.시대에 맞지 않거나 잘못 고착되어 있는 구제도를 허무는 것은 유연성을 높이는 일이다.개혁이란 어차피 잘못 굳어버린 것을 다시 녹이는 과정이 아닌가?변화에 둔감한 단단함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요구되는 때다.

김판석 연세대 교수 행정학
2000-02-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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