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직장의보료에 대한 이해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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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29 00:00
입력 2000-01-29 00:00
의료보험료를 두고 또다시 말들이 많다.올 7월부터 직장근로자 중 일부에서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무엇을 인상해서 좋은 소리를 듣기는어렵다.이번에도 ‘근로자만 봉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그러나 보험료 인상이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좀 너무한 것이아닌가 싶다.우선 지적할 것은 이번의 보험료 변동은 ‘근로자만 봉’이라는논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보험료 말만 나오면 근로자와 자영소득자의 소득파악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사실이다.또 자영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능력에 맞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예고된 보험료의 변동은 직장근로자끼리의 조정이다.전체 보험료 수입을 놓고 새롭게 직장근로자들의 부담 정도를 그 안에서 조정한 것이다.단순히 말하면 직장의보의 전체 보험료 수입은 늘지 않고 나누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다.또하나,보험료 변동 자체에 관한 사실이 잘못 알려져 있다.보험료 인상만 잔뜩 부각되고 인하는 온데간데 없다.실제 보험료가 오르는사람보다 내리는 사람이 많다.43.4%의 근로자는 보험료가 올라가지만,그보다많은 56.6%는 보험료가 내려가게 돼있다. 인상과 인하폭이야 다르겠지만 새제도에 의해 혜택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대와 불만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어떤 수단을 통해서건 모두의 보험료가 인하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의료보험은 원칙적으로 보험료 수입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제도다.보험가입자 전체가 서로 나누어 부담할 수밖에없다. 문제는 부담능력에 맞춰 공평하게 보험료를 내느냐 하는 것이다.사실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의 방식이 공평하지 못했다.직장을 보험료수준만 보고 선택하지 않은 다음에야,같은 수입인데 직장에 따라 보험료가최고 4배나 차이 나는 것은 분명 문명한 제도는 못된다.새로운 직장의보 보험료체계는 이걸 바꾸자는 것이다.그동안 능력에 비해서 보험료를 덜 부담하던 직장근로자가 새로운 제도 변화의 방향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번 조치는 분명히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능력있는,보수가 높은 근로자들이 그렇지 못한 근로자보다 더 부담하도록 하는것이 기본적인 방향인 것이다.물론 문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형평성도 좋지만 갑자기 보험료가 많이 오르는 것은 개인에게도 고통이다.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경과조치를 마련해둔 만큼,전혀 무심한 정책과오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소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 사이에서는 이제 의료보험은 옛날이 좋았다는 과거회귀의 풍조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우리 직장끼리,우리 그룹끼리 의료보험을 해결하던 과거 말이다.그러나 그건 의료보장 원칙이 아니다.

의료보험은 개인의 저축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이 서로 돕는 사회적 연대를 기초로 한 ‘사회보장’이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은 취약한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의 최후 보루요,현대판 품앗이,두레이다.좀더 능력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도와주는,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살 만한사회란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제도가 의료보험인 것이다.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경제적 능력에 상응하는 보험료 부담이다.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을 가진 대기업의 근로자들은의료보험을 내가 내것을 찾아쓰는 개인의 저축이 아니라,우리가 같이 부담해서 사회구성원 전체가 나눠쓰는 사회적 연대와 통합의 귀중한 장치로 이해해주기 부탁드린다.

김창엽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
2000-01-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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