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학원을 학교로 전환시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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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8-05 00:00
입력 1999-08-05 00:00
대학 수학능력 시험일이 이제 100여일 남았다.이 더위에 아이들은 어디에쓰일지도 모르는 공부와 전쟁을 하고 있다.방학도 없이 보충수업을 위해 문을 연 고3 교실의 풍경,요즘 내가 들은 모습은 이렇다.

선생님은 앞에서 “떠들고”,대부분의 아이들은 엎드려 잠을 잔다.어젯밤 12시가 넘도록 과외를 하고,그 숙제를 하느라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오늘 학원에서 졸지 않으려면 미리 잠을 보충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공부 잘 하는아이들일수록 그런 행태가 심한데, 교사도 이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이학교의 ‘명예’를 빛내줄 아이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과서의 진도는 이미 2학년에서 다 끝났고,지금은 문제풀이만 반복하는 시기다.문제 풀어주고 설명하시는 선생님과 교감을 하는 아이들은 단 몇 명.나머지는 들러리일 뿐이다.

이 어이없는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교단에 선 교사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았다.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방학도 없는 이 더위에 고생하고 있는 것일까?학원의 보조역할? 아니면 아이들의 공인된 공부 감시원? 그것도 아니면그들은 시간당 단 몇천원의 수당이 필요한 것인가? 나는 어느 교사를 통해서도방학 때 보충수업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다른학교에서 다들 하니까…. 아무도(어느 교장도) 그 잘못된 고리를 먼저 떼려하지 않는다.

학원에는 왜 아이들이 몰리는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 때문이다.학원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 그것은 학교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학교가 학원강사들을 교사로 채용하든지….교육본래의 목적이 가령 전인교육같은 다른 곳에 있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그렇다면 학교는 입시라는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된다.고객만족의 시대에 학교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면서,현실적인 요구에도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그 사이에서 교사들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을 교육자의 자리에서 소외시키고,그 많은 청소년들을 짓누르고 억압하며,들러리로 만드는 일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공부 잘하는 소수의 몇명이 아닌,모든 아이들이 즐거이 교육의 혜택을 누릴수 있는 때는 언제가될까? 한 번도 실현해 보지 못한 학교의 정상화 말이다.

[최현숙 상지대 사회복지학 교수]
1999-08-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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