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직도 이런 사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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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01 00:00
입력 1999-07-01 00:00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에서 일어난 대형화재 사고에 우리는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지난 30일 새벽 이곳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사고로 23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잠결에 불길에 휩싸인 채 엄마·아빠와 선생님을 부르며 울다가 죽어간 어린 새싹들을 생각만 해도 목이 메인다.다행히 화마(火魔)를 피한 어린이들도 지옥을 방불케 했다는 아비규환 속에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겠는가.희생된 어린 영혼들이 편히 잠들기를 기원하며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어린이와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어떤 원인이든 어른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자괴감을 느낀다.우선 불이 난 문제의 수련원이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재 당시 비상벨이 울리지 않고 소화전에 물도 없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500여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다는 3층 건물에 밖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건물 양옆의 비상계단 2개가 전부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불이 나자 비좁은 통로에 한꺼번에 많은 어린이들이 몰려 희생자가 더 많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말만청소년 수련원이지 컨테이너 창고나 다름없어 보이는 이 건물이 어떻게 건축허가와 준공검사 및 사용승인을 받았는지 궁금하다.혹시 관계당국과 잘못된 유착관계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이 수련원이 지난해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하다 과태료를 내기도 했다니 불법행위가 계속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왕에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청소년 여름캠프의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개선하고 전국에 산재한 수련시설의 부실관리 및 운영실태도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총점검해야 할 것이다.

화재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많았던 듯싶다.화재신고가 늦었다는 주장과 소방차량이 늑장출동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데 어느 쪽 주장이 옳건 간에 불의의 화재사고에 대한 사전예방 및 안전관리 대책이 너무 허술했던 것이다.특히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301호실의 경우 인솔교사 없이 어린 유치원생들만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은 어린이 교육을 책임진 어른들의 기본 자세를 의심케 하는 일이다.결국 이번 사고도 우리의 고질화된 안전불감증이 빚은 참극이다.영리에만 눈 먼 몰지각한 시설주(업주),사고요인을 방치한 무책임한 당국,설마 하며 안전수칙을 무시한 유치원 관계자 등 총체적 안전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참극이다.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계속될지 정말 답답하다.
1999-07-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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