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輪廻는 멈추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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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5-20 00:00
입력 1999-05-20 00:00
사월이라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모든 중생 생일잔치 얼씨구 좋고 좋다.(……).바다 밑에 등불 켜니 온 세상 밝아지고 허공으로 북을 치니 중생들이 잠을 깨네.아악!’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된 혜암 대종사(慧庵 大宗師)의 법어(法語)이다.그러나 불자(拂子)를 들고 할(喝)을 하는 노선사(老禪師)의 모습이 실려 있는 신문을 보는 중생들의 마음은 두렵기만 하다.화두(話頭) 하나 바람에 담아 지고 하많은 낮과 밤을 이조단비(二祖斷臂)의 골짜기를 헤쳐나온 망백(望百) 노랍(老衲)의 얼굴위로 ‘유전자 조작 흑염소 레디’ 기사가 보이기 때문이다.
‘조혈제나 알파테페론 같은 단백질 제제들은 물론 앞으로 시약 개발과정에서 만들어내는 신물질들을 살아 있는 동물의 젖을 통해 싼 값에 얻어낼 수있다는 기사는 ‘인간복제’ 또한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웅변하여 주고 있다.
인공장기가 실험실에서 배양되고 머리카락 한 올만 가지고도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가 세계 도처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멸종된 공룡이나 맘모스를 되살려 내는 일도 영화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게 유전공학자들의 말이다.
‘원조 나’와 ‘복제된 나’가 마주앉아 생명을 주제로 토론하는 일도 멀지 않게 되었다.인체의 신비를 푸는 데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 지도가 내년 2월이면 완성되고,이것을 바탕으로 한 무오류의 유전자 정보 또한 4년 뒤면 손에 넣게 될 것이라 한다.이렇게 되면 인간복제는 시간문제로 된다.
‘업(業)’에 의해서 윤회(輪廻)하게 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인간이 짓게 되는 행위의 총체인 ‘업’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8식이라고 하는 의식의 근본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십이연기(十二緣起)의 법칙에 따라 다음 생을 받게 되므로 무명(無明)이라고 하는 근본 무지(無知)를 깨뜨리지 못하는 한 끝없이 태어나고 죽는 생사(生死)의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는 것.그러므로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라’는 불교도덕률이 나오게 되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앞으로 10년 이내면 복제인간이 탄생하게 된다고 한다.사람의 손으로 사람을,그것도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이 가공할 사태 앞에 가장 위협받게 된 것이 불교라는 생각이다.불완전한 존재로 알고 있는 인간의 자의적인 의지와 판단에 따라 또 다른 인간이 만들어져 나오는 판이라면 업이라고 하는 존재의 근원은어떻게 되는가.
업이 사라지므로 업을 뿌리로 한 윤회 또한 발붙일 근거를 잃게 될 것이니.
윤회를 벗어나기 위한 수행(修行)은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철학은 무슨 의미가 있고 사상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예술은 또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무엇보다도 우선 이런 글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경천동지를 넘어서 인간의 개념 자체가 바뀌게 된 상황을 놓고 중생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비롯된 이래로 옳다고 믿어 왔고 가치있는 행위라고 믿어왔던 일체의 것들이 근본에서부터 뒤집어지는 사태 앞에서 중생들은 전율하고있다.‘생명과 물질이 본래 둘이 아니므로 물질에서 생명이나오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문제를 삼아야 할 것은 오히려 실재하는 아(我)나 영혼이 있다고 믿는 인간중심적 생명관이다’고 보는 유식학(唯識學)의 견해가 있지만,공포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체중생의 일체번뇌에 대하여 막힘 없는 답변을 들려줄 수 있는 것만을 가리켜 진리라고 부른다.인류가 도달한 정신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불교라면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화두 하나에 온 몸을 던지고 계신 스님네의 방(榜)을 고대한다.
金 聖 東소설가
1999-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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