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본질 벗어난 농·축협 명칭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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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4-14 00:00
입력 1999-04-14 00:00
농·축협 중앙회 통합을 앞두고 통합중앙회의 이름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관건이다.농협은 현재 명칭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로 하자는 반면 축협은‘축(畜)’자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맞선다.양쪽은 그 나름대로 논리적근거도 대고 있다.
농협은 이름을 바꿀 경우 통장·수표를 다시 발행해야 하는 등 소요비용이막대하다는 점을 꼽는다.“이름 하나 바꾸는데 2,100억여원의 헛돈을 쓸 수있느냐”는 주장이다.이에 반해 축협은 29년 역사의 전문협동조합의 명맥을잇기 위해선 축산업을 뜻하는 용어의 반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또 과거의 적폐를 해소하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두 조합은 벌써부터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공세에 들어갈 만큼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작명문제가 이번 협동조합 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말마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이름 석자에 목숨을 거는 이도 있고,명칭이 단체의 얼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논쟁을 벌이는 사정이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그러나 본질을 떠난 소모적 논쟁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농·축협 비리의 피해 당사자인 농민의처지에선 턱없이 한가로운 사안이기도 하다.이 때문에 “통합중앙회의 주도권을 쥐겠다”거나(농협중앙회),“애초부터 원치않는 농협과의 통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축협중앙회)으로 논쟁을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많다.
문어발식 경영과 조합비 횡령 등 온갖 비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지 불과 두달여가 지났을 뿐이다.현재도 검찰 수사로 농·축협 임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있는 실정이다.그런데도 두 조합은 통합 협동조합의 기구개편 등 세부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한 채 서로 반목과 질시만을 거듭하고있다.
단체의 이름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은 협동조합 개혁의 본질과는 무관하다.두 조합이 이제부터라도 소모적 논쟁은 그만두고 국민과 농민에게 빚진 심정으로,참회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개혁작업에 동참하길 바란다.
박은호 경제과학팀
1999-04-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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