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소상(賞)콘테스트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테너 엔리코 카루소를 기리는 성악 콩쿠르이다.오페라의 나라답게 성악관련 콩쿠르가 해마다 300개 정도열리는 이탈리아에서 비오티 콩쿠르· 베르디 콩쿠르등과 함께 이야기될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카루소를 능가할 사람은 없다는 취지에서 좀처럼 1등을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콘테스트의 주최측이 올해부터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을 배제하기로 했다 한다.일본 교도통신이 이탈리아 안사통신을 인용한 보도이다.한국·일본 참가자를 배제하는 이유는 “참가자수가 너무 많은데다 항상 판에 박힌 숙달된 곡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유럽인들의 입상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심지어 “동양 가수들이 콩쿠르를 여기저기 돌아다녀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대부분 유럽에서 수상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1시간당 50만리라(약 40만원)의교습비를 벌고 있다”는 불만을 심사위원장이 털어놓기도 했다는 것이다. 권위있는 국제콩쿠르가 이처럼 옹졸한 처사를 하는 이유를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그배경은 한번 생각해 볼 일인 듯싶다.현재 이탈리아에 유학하고 있는 한국 성악도는 3,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지난 96년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에서는 100여명의 합창단과 7명의 솔리스트가 출연하는음악회가 열렸는데 그 출연진이 모두 이탈리아 유학생 출신 한국인이었을 정도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성악 콩쿠르 참가자의 60%가 한국인,20%가 일본인이고 그 결과 어떤 콩쿠르에서는 한국인끼리 1∼3등을 놓고 겨루는 경우도 일어난다.이탈리아 학생들에 비해 한국학생들은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아래 10∼20년씩 공부하면서 콩쿠르에 계속 도전한다.콩쿠르가 자기를 알릴수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따라서 부모의 특별한 도움없이 음악공부를 하는 이탈리아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은 테크닉에서 큰 차이가 난다.그러나 아무리 콩쿠르에 입상해도 동양인이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그렇다고 귀국후 국내활동도 여의치 못하다.전문연주자로서 생활할 수 있을만큼 국내음악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루소상 콘테스트의 동양인 배제 결정이 나온 것이다.“콩쿠르는 휩쓸어도 유럽 오페라무대에서 쓸만한 동양인은 나오지 않았다”는주장은 동양인이 처한 현실을 무시한 백인우월주의적 시각이다. 그러나 음악교육에 대한 그들의 시각은 경청할만 하다. 밀라노의 한·이음악협회 클라라김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이탈리아인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한국 성악도들이 “긴 안목으로 오페라 전곡을 공부하지 않고 콩쿠르를 위한 아리아만공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999-02-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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