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 맞은 빅딜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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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1-07 00:00
입력 1998-11-07 00:00
5대 그룹의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9월3일 재계가 7개업종의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한 뒤로 뚜렷한 진전이 없다가 지난달 24일 주채권단은행이 ‘사업 구조조정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구조조정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5일 열린 정·재계 정책간담회에 5대 그룹의 주채권은행장이 참석한 것도 구조조정이 가시권에 들어섰음을 뜻한다.지금까지는 정부가 구조조정의 큰 틀을 짰으나 앞으로는 채권은행이 직접 나서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생각이다.일부 그룹은 아직도 업종별 세부실행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시간끌기로 버틴다고 여기고 있다.6대 이하 그룹에 비해 5대 그룹의 부채가 2배나 되면서도 계열사와 자산매각의 실적은 변변치 못하다고 5대 그룹을 질타했다.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이 孫炳斗 전경련 부회장과 구조조정의 성과를 놓고 ‘어른답지 않은 설전’을 벌인 것도 재계에 대한 새 정부의 ‘불신의 골’이 상당히 깊음을 암시한다.
정부는 금융기관에게도 따금한 질책을 가했다.구조조정 과제를 수행하려면 금융기관이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는 것이다.기업과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지 말고 은행의 생존을 위한 자구노력으로 보라는 주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달 중 5대 그룹별로 주력기업 1∼2곳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다음달 중순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에 업종별 실행계획을 반영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이 워크아웃에 착수한다는 ‘사전포석’이자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인 그룹에는 손을 보겠다는 ‘엄포용’이기도 하다.
정부는 다른 업종간 상호 지급보증 해소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재계의 조직적인 반격에 ‘차단막’을 쳤다.반도체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재계의 주장도 빅딜을 모면하려는 전술이라고 생각한다.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재계가 이달말까지 경영주체를 선정하지 못하면 여신중단 등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孫炳斗 전경련부회장도 6일 “컨설팅기관의 선정에 공정성 시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명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의 사업 구조조정위원회는 오는 20일 5대 그룹이 낸 업종별 실행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한다.재계가 상호지보 해소와 반도체 빅딜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대세(大勢)는 구조조정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白汶一 기자 mip@seoul.co.kr>
1998-11-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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