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와 방종/文石南 한국사회학회 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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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29 00:00
입력 1998-10-29 00:00
자유민주주의 사회란 권력이 언론에 의해 감시되고,동시에 언론은 시민들에 의해 철저히 감시되는 사회이다.언론이 공인을 검증할 권리가 있듯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공기인 언론을 검증할 권리는 시민사회에 있다.언론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지만,동시에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종과 횡포를 즐기는 언론이 있다면 이것은 시민의 이름으로 규탄되어야 한다.
오늘날처럼 언론기관이 실질적인 권력기관이 되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시대에는 시민의 언론 감시가 언론의 권력에 대한 감시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되었다.언론권력은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보다 더 은밀한 방식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시민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왜곡보도를 자주 행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조선일보의 崔교수에 대한 보도가 언론의 자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방종과 횡포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지난 수십년간의 권위주의시대에 우리 언론은 권력과의 유착관계 속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 왔고,특히 조선일보는 정치권력의 재생산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필자는 그동안 조선일보가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측면들도 가볍게 여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적어도 이번의 왜곡보도 사태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 우리는 IMF사태를 극복하고,21세기의 경쟁력을 갖춘 사회로 거듭나기 위하여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개혁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그러나 거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분야가 언론분야이다.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언론개혁의 핵심은 흔히 생각하듯이 효율적 경영의 측면에서 행하는 구조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년간 길들여져온 냉전적 시각과 안하무인으로 군림하는 습성들을 말끔하게 벗겨내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였다. 민족언론을 자처해온 조선일보가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민족의 장기적 이익에 반하는 구시대적 발상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일부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옹호하는 것보다 탈냉전이라는 세계적 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민족의 장래를 설계하려는 열린 자세가 아쉽다.
1998-10-2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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