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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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23 00:00
입력 1998-10-23 00:00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교사들이 얼마든지 있다. 자신의 봉급을 털어 제자 등록금을 대신 내주거나 자신의 도시락은 물론 행동거지가 불편한 제자를 위해 손과 다리의 역할을 해준 교사도 있다. 육신은 어버이에게서 받지만 정신은 스승의 교육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교직은 다른 직업과는 달리 ‘사람’을 길러낸다는 긍지와 사명감이 빛난다. 제자는 스승의 드높은 학문을 흠모하고 경외하며 스승의 고매한 풍모를 두려워하게 된다. ‘누구의 제자’라는 것은 ‘누구의 자녀’ 못지않은 불가분의 관계다. 자신의 신분과 실력과 자격을 스승이증명하고 보장하고 지켜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교사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성스러운 교육현장은 촌지수수로 인한 사회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게 되었다. 촌지를 주면 학생을 특별대우하고 촌지를 주지 않으면 냉대하고 따돌린다는 소리도 들린다. 학부모들에게서 받은 돈봉투와 선물목록을 장부로 만들어서 수금실적을 관리해온 교사도 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담임선생 교체’ 주장도 바로 이런 촌지가 낳은 극단적인 결과다. 오죽하면 ’스승의 날’이 ‘촌지의 날’이 되어 지난 5월은 ‘촌지없는 달’이라는 궁색한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겠는가.
촌지를 바라는 교사도 문제지만 지레 돈봉투를 싸들고 촌지침투를 자행하는 학부모도 문제다. 그러나 낳고 기르신 부모에게 감사하듯이 지식과 인격을 연마시켜준 스승에게 제자가 감사하는 미풍은 아름답다. 문제는 감사의 방법이 왜 하필 ‘돈봉투’인가 하는 것이다.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일년내내,그리고 한평생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2월이나 5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송이카네이션이 ‘훌륭한 스승을 모신 것’을 자랑삼을 수 있게 진정한 향기를 내뿜기를 기대해본다.
1998-10-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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