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빅딜 괴담’ 무성/구조조정 사실상 물건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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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0-10 00:00
입력 1998-10-10 00:00
◎재벌 개혁 제대로 된적 있느냐/모든 합의 경기살면 없던 일로/반도체 통합 협상결렬로 유도

“합병시점에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 모든 합의는 없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일단 시간을 벌고 평가기관의 평가결과에 관계없이 반도체 통합을 결렬로 유도한다”

재계가 5대그룹 7개업종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한 뒤 재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소문들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재계엔 구조조정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얘기들이 파다하다.

“제대로 되겠느냐”“재벌이 어떤 집단이냐. 정권이 여러번 바뀌었지만 재벌개혁이 제대로 된 적이 있느냐”“지금 재계정서는 ‘BJR(배째라)’이다” 등 구조조정을 비웃는 듯한 목소리들이 거꾸로 재계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경련이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개월 간 전경련이 재계의 대(對)정부 창구로 새 정부 구조개혁의 의지를 수용하려는 몸짓을 해왔지만 정작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한 5대 그룹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아래 분칠에 급급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지적이 많다.

재야 경제사회 단체들은 “전경련이 상위 5대 재벌 중심으로 장악이 돼 재계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경련을 재벌체제에 꿰맞추기보다는 전경련이 재계 일반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압력단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번에 내놓은 5대그룹 구조조정안도 따지고보면 기존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컨소시엄 구성이나 공동경영의 통합법인이 고작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퇴출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전경련이 金宇中 회장 체제출범을 계기로 지도력을 발휘해 보려고 했지만 여러 그룹들의 버티기 작전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가 없었다.

참여연대 산하 참여사회연구소 金大煥 소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해관계가 서로 맞물려 있는 기업간의 협상이 재벌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데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며 빅딜협상 주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실련 정책실 曺暘昊 간사는 “정부가 빅딜 협상 타결을재벌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전경련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바람에 전경련에 오히려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면서 “그보다는 개별기업을 대상으로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경련은 그동안 재벌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강한 압력을 행사해 왔으나 그러한 주장들이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權赫燦 金泰均 기자 khc@seoul.co.kr>
1998-1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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