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心을 스승으로/김호기 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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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17 00:00
입력 1998-09-17 00:00
작년 말부터 불어닥친 IMF 한파에 추위를 타던 서민들에게 금년 여름은 참으로 잔인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심술부리는 악동같은,소위 게릴라식 폭우가 가뜩이나 아픈 IMF의 상처를 덧나게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방학을 마치고 동무들과의 만남을 즐거워해야 할 소녀가 교과서를 수해로 떠내려 보내고 빈 가방으로 등교하는 모습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자연재해를 인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마는 요즈음 들어 자연재해가 세계적인 현상이 된 것을 보면서,그 원인중 상당부분이 인간이 저지른 자연에 대한 경망스러운 오만에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든다.

산업화에 따른 무분별한 자연훼손,어찌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진 공해,자연의 수용범위를 넘은 각종 쓰레기의 양산 등. 우리를 보호하는 자연의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자연을 성나게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자연에의 외경심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자연에 순응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삶이 무엇일까. 농부의 삶이야 말로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할 전형일 것이다. 농부는 자연이 가르쳐준 시기에 맞춰 밭 갈고,씨 뿌리고,물 주고,김 매고,비료 주며,그리고 나서 때를 맞추어 수확한다. 자연이 정한 순서를 따르되 결코 바꾸지 않으며,때를 기다릴줄 알고 성급하게 덤비지도 않는다. 싹을 빨리 보고싶다고 너무 많은 물을 주면 싹은 트기도 전에 썩어버릴 테고,수확이 아무리 급해도 열매 익는 시기는 기다려야만 한다.

자연이 가르쳐준 시기에 맞추고 단계마다 정해진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과 꾸준한 땀흘림,뿌린대로 거두는 수확의 기쁨,이것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농부의 삶이다. 농사를 짓듯이 자연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농부에게서는 자연에 대한 경망스러운 오만은 볼 수 없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횡포를 반성하자. 농심(農心)은 우리 모두의 스승이다.
1998-09-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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