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부모 대화 끊겼다/‘학교방문 자제’ 지침후 기피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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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09 00:00
입력 1998-09-09 00:00
◎“촌지 수수 오해 살까 못 만나요”/일부선 학교장 승인받아야 면담 가능/전문가들 “학생만 피해… 상담기회 늘려야

촌지(寸志)를 근절하기 위해 학부모의 학교 방문을 자제토록 한 당국의 지침으로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대화가 단절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은 촌지 수수의 오해를 받을까봐 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겨도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학부모들도 상의를 하고 싶어도 교사들이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학교 방문을 주저하고 있다.심지어 교사가 학부모와 상담하려면 학교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학교마저 생겼다.

지난 5월 촌지 파문 이후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방문을 자제토록하라는 지침을 내린 때문이다.일선 초·중·고교는 각 가정에 “학교에 찾아오는 일을 삼가해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4∼5차례 보냈다.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두고 있는 李모씨(36·여·경기도 고양시 일산구)는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담임 선생님에게 방문하겠다고 했더니 거절해 상담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H초등학교는 학부모와 만나려면 교장에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승인을 거쳐 이루어진 면담은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단 2건밖에 없었다.이 때문에 학부모들과의 유대 관계가 소홀해져 어머니회,학부모회도 제대로 소집되지 않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그때 그때 학부모와 상의한 뒤 지도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학부모를 만나기가 어렵다보니 학생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교육 전문가들은 촌지를 없애기 위한 당국의 대책을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획일적인 규제는 부작용을 낳는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학부모와 일선 교사들도 “단절은 절름발이 교육을 부른다”면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金仁會 교수(교육학과)는 “한가지 행정적 조치로 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관료주의적인 발상”이라면서 “학부모 방문상담의 순(順)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李京喜씨(36·여)는 “촌지문제는 교사 학부모간의 자정운동을 통해 해결돼야 할 문제”라면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의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李志運 기자 jj@seoul.co.kr>
1998-09-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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