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司正의 실체/梁承賢 기자(청와대 취재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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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17 00:00
입력 1998-07-17 00:00
정치보복과 표적사정(司正)은 절대 안된다는 金대통령의 오랜 정치철학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정부가 진행중인 사정작업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지난 91년 수서사건 당시 야당총재였던 金대통령은 정권 차원의 정경유착 비리로 판단하고 거세게 밀어부쳤다. 분노는 용솟음첬고,서슬은 시퍼렀었다. 그러나 결과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이었다. 재수없이 먼저 혐의가 드러난 국회의원 몇사람하고 청와대비서관 한사람만 구속하는 것으로 덮어진 것이다.
수서에 이은 한보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금융권에서 수조원의 돈이 왔다갔다 했으나 수사결과 밝혀진 검은 돈의 실체는 다 합쳐도 300억원이 채 못되었다. 정치권의 실세(實勢)가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고,정경유착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金대통령은 언젠가 “수서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한보사건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우(愚)를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청와대 사정관계자들은 ‘세탁에 세탁을 거듭한’ 은행계좌는 추적하는데만 1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조급한 여론에 밀려 허겁지겁 성과를 내놓으려고 하다보면 큰 도둑은 다놓치고 재수없는 작은 도둑만 잡아들이는 결과만 낳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런 탓인지 현정부의 사정은 요란하지 않다. 또 예전처럼 일과성이 아닌 관계부처의 통상활동이다. 그것은 어쩌면 金대통령의 스타일에서 연유한 것인지 모른다. 민주화 투쟁시절, 金대통령은 ‘투 톱’으로 金泳三 전 대통령과 함께 시위대 앞에 선 적이 있다. 시위대가 길가 약국 앞에서 잠시 주춤하고 있을때, 쇼맨쉽에 강한 金전대통령은 카메라기자들을 의식하며 독려의 구호를 외쳤다. 그 사이 DJ는 약국에 들러 피로회복제 너댓박스를 사서, 체력이 약해 뒤에 처져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표나지 않게.
金대통령은 결코 사정을 무덤덤하게 지켜보지 않는다. 사정은 ‘반짝 쇼’가 아니다. DJ의 치밀한 성격을 알면, 현정권 사정의 끝이 보인다.
1998-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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