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시체송환 의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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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4 00:00
입력 1998-07-04 00:00
동해안침투 북한잠수정의 승조원 시체 9구가 3일 북한측에 넘겨졌다. 북한측이 지난달 30일 열렸던 판문점 장성급 회담에서 이번 사건이 침투목적의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며 승조원들이 집단자살했다는 유엔사측 주장과 증거제시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않음으로서 사실상 침투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송환이 이루워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12일만에 시체가 송환된 것은 과거와는 달리 빠른 조치이며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변화로 볼 수 있겠다.

그동안 잠수정 승조원의 시체를 조기에 송환해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만만찮았다. 최소한 이번 사건에 대한 북한의 명시적인 시인과 사과는 받은 후 시체를 보내야한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의 과거 행적으로 보아 능히 나올만한 의견이고 일리도 있는 말이다. 정부가 이같은 반대여론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승조원 시체를 조기송환한데는 화해와 협력으로 가고있는 남북간의 변화조짐을 이번 사건으로 깨뜨리지 않겠다는 보다 큰 의미가 담겨있다고 하겠다.

새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는 분단이후 처음으로 화해와협력의 시대가 열리려 하고있다. 온국민의 기대속에 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과 소떼의 방북이 이루워졌고 그 성과로 금강산 관광길이 오는 가을에 시작되려 한다. 금강산개발 계획을 구체화할 현대측 실무협상단과 2차분 소떼가 곧 북한으로 간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많은 문화교류·경제협력사업들이 성사를 기다리고 있다. 잠수정침투사건을 일으키긴 했지만 북한도 교류·협력사업에는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조원 시체송환으로 잠수정침투사건이 어물어물 넘겨져서는 안된다. 북한측에 따질 것은 따지고 받아내야 할 것은 확실히 받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우리측의 허점들도 철저히 보완해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만 집착하여 모처럼 조성된 화해·협력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더구나 잠수정을 비롯하여 침투행위임을 증명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는이상 시체까지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시체의 조기송환이 인도적인 측면에서나 대북협상에서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승조원시체를 조기에 보내는 우리측의 깊은 뜻을 알아야 하며 호의를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 빨리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여 남북이 다같이 바라는 화해와 협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1998-07-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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