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거론할때 아니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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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26 00:00
입력 1998-06-26 00:00
국내 제조업의 경기위축이 중복·과잉투자부문만이 아닌 전 업종으로 확산되면서 경기부양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원은 과거 경기위축기에는 제조업 16개 업종중 경기위축정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업종이 2∼4개 정도에 그쳤으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3월말까지는 통신과 조선 등 2개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마이너스를 기록,산업기반의 붕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IMF관리체제 이후 강도 높은 긴축정책이 실시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있으므로 부양책을 펴 산업기반붕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산업기반만 붕괴되면 금융과 실물경제가 모두 위기에 놓일 것이라며 통화증발과 재정적자 등을 동원한 부양책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경제부가 지난 23일 금융경색 해소와 실업자 보호 및 경기활성화를 위해 6조∼7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경부 조치는 구조조정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시중자금난과 실업문제를 해결하면서 어느 정도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통화공급 확대와 재정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의 조치는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어 경기부양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재경부가 이번 발표에서 경기활성화를 처음으로 거론,업계의 부양논의에 불을 붙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정부가 실물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은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조조정은 금융과 기업 구조를 개편해서 경제를 완전히 회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의 중복·과잉투자를 축소하고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을 퇴출시켜 경제기반을 공고히 다지자는 것이다.

구조조정이 추진되면 경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부양책을 편다면 구조조정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경기회생도 그만큼지연된다. 따라서 지금은 경기부양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구조조정에 온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수출산업 위주로 되어 있는 점을 감안,수출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금융지원은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1998-06-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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