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매질에 사랑이 실렸는가(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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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5-16 00:00
입력 1998-05-16 00:00
한(漢)나라때 효자 伯兪가 쉰이 넘은 어느날 잘못을 저지르고 어머니한테 회초리를 맞는다.효자는 맞으면서 운다.어머니가 묻는다.“전에는 울지않더니 웬일이냐”고.그는 대답한다.“전에는 어머니께서 때리시면 아팠는데 오늘은 아프지가 않습니다.기력이 쇠약해지신 것같아서 슬퍼지나이다”

우리 전통사회에도 집안에는 회초리가 마련돼 있었다.비록 자식이 나이들고 벼슬해도 잘못이 있으면 다스리기 위해서.글공부하러 서당엘 가도 훈장님 옆에는 회초리가 놓여있다.오늘날 교직에 발들여놓는 것을 이르면서 “교편(敎鞭)잡는다”고 하는 말에 그 그림자가 어린다.이 회초리는 불뚝감정을 섟삭여 거른다는 뜻이 깊다.그점에서 伯兪의 어머니나 서당훈장님 회초리는 매라기보다 사랑이 담긴 훈계의 상징이었다.

전국의 어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폭력에 대한 설문조사’결과가 알려진다.그에 따르자면 79.8%의 어버이가 가벼운 신체적 폭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다.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어머니가 더 잦은편.한데 그 내용이 문제다.손발을쓰는 ‘가벼운 학대’가 44.9%이고 몽둥이나 허리띠를 쓰는 경우도 6.0%에 이른다는 대답 아니던가.맷손에 감정이 묻어있는 매질은 가정·학교 할것없이 교육적 측면에서는 어리석은 것.더구나 밖에서 골틀린 일이나 부부싸움의 화풀이로 손발질하는 체벌처럼 퉁어리쩍고 용렬한 짓도 없다.몽둥이·허리띠 매질은 그 냄새를 풍기잖는가.

엄격히 말한다면 매질에서도 ‘자격’을 따져볼만하다.그행실을 본받을 수 있는 어버이의 매질이라야 설득력을 가질수 있다는 뜻이다.맹모삼천(孟母三遷)으로 알려진 맹자어머니는 그점에서 ‘유자격자’였다고 하겠다.어느날 맹자 동쪽집에서 돼지를 잡는다.왜 잡느냐고 묻는 어린 맹자.어머니는 무심코 “너한테 먹이려고 잡는단다”하고 대답한다.그러고서 금방 아차!한다.만약 돼지고기를 안먹일때 거짓말로 괴덕부린 셈이고 불신(不信)을 가르치는 꼴이 아닌가.그는 돼지고기를 사다 먹이고 있다.

“선인(善人)과 함께 있으면 지란(芝蘭)이 향기뿜는 방으로 드는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孔子家語>).훌륭한 사람과 함께 있노라면 자연히 그 사람됨에 감화된다는 비유로 하는 말이다.이땅의 어버이 혹은 교육자의 때리기에 앞선 지란구실이 그리워지는 ‘가정의 달’이 이울어간다.<칼럼니스트>
1998-05-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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