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短高低 구사 ‘DJ 외교’/梁承賢 정치부 차장(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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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4-06 00:00
입력 1998-04-06 00:00
그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1차 경제·금융분야,2차 정치 대화와 문화분야를 주제로 한 토의에서도 기존 틀을 깨고 ‘투자 촉진단’ 파견을 제안하고,끝내 관철시켰다.현지 언론들은 ‘DJ식 세일즈 외교’의 개가로 표현하고 있다.다년간 다자외교 무대의 경험을 가진 외교통상부 관계자들 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ASEM이 비록 정상들의 ‘자유로운 토론장’이라고는 하나 정상들의 사교장인 다자회의 무대에선 전혀 기대도 할 수 없었던 과실을 얻었다는 지적이다.이들이 대통령 수행원이라는 점을 한번쯤 접어준다 하더라도,진솔하고 능란한 ‘DJ식 외교’의 성과라고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金대통령은 어려서 부터 판소리에 능했던 부친의 영향에다 스스로도 북을 잘 친다.그래서 판소리에서 고수(鼓手)의 추임새가 없으면 소리꾼이 신명을 잃고,듣는 이의 흥 마저 깨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안다.
대화가 흐름을 타고 국제사회에 ‘정경유착 관행’이라는 우리 내부의 치부를 스스럼 없이 털어놓는 진솔함으로 다가서면서,기존의 틀을 깨는 이런 파격(破格)은 어쩌면 북채의 신명에서 나오는 지 모른다.소리꾼은 아니면서도 흥에 겨우면 자연스레 ‘젓가락 추임새’를 넣고 푸념을 하는 우리네 일상의 정서에 비춰보면 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나 ‘소리꾼’으로 치면 이제 발성연습을 했을 뿐이다.金대통령의 자평(自評)처럼 추락한 위상 속에서 겨우 자신감을 얻은 수준이다.하지만 金대통령이 IMF 관리체제로 기가 죽은 ,그리고 늘상 쓰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에게 주려고 구상했던 선물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값지다.<런던에서>
1998-04-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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