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방법 유감/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수정 1998-03-20 00:00
입력 1998-03-20 00:00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현 내각은 실업대책 내각이라는 결심으로 일해달라”고 말한 것도 실업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재정경제부와 노동부 등 관계부처에서는 무기명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실업자에게 대출해 주는 등 실업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실업자가 1백5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실업자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실업대책과 함께 직원들을 내쫓는 방법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미국의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IBM의 해고방식 중 하나는 제비뽑기라고 한다.다른 미국의 기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미국의 기업들은 근로자의 연령이나 경력기간,제비뽑기를 통해 주로 해고자를 고른다.합리적이고 실적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미국의 해고방법치고는 이상할 정도다.
미국의 기업들이 어찌보면 전근대적인 방법이라고도 할 수있는 제비뽑기까지 동원하면서 해고 근로자들을 선정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능력이 없어 회사에서 쫓겨난 게 아니라 운이 없이 감원됐다고 하면 해고된 당사자들도 주위 사람들에게 보다 떳떳할 수도 있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는 것도 좋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온정주의를 추구한다고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고에서는 미국과는 정반대다.보통 능력별로 해고자를 선정한다고 하지만 능력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다.또 평소 회사나 상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해고 대상이다.노조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근로자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해고된 근로자가 다른 직장을 찾는다는 것은 IMF 체제에서는 더 어렵다.미국의 근로자해고 방법은 불합리한 것 같지만 합리적일 수 있다.시장경제와 합리주의가 가장 잘 돼 있다는 미국 기업의 해고방법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어려울수록 고통을 분담하고 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쉬운 때다.
1998-03-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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